여름 휴가철에 피서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바다 다음으로 산과 강이다. 폭포수까지 시원하게 떨어뜨리는 산속의 호수가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피서지로서는 제격이다. 산자수명하기로 이름난산정호수가 산책로 공사 등으로 물까지 빼내 바닥이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호수의 물을 뺀 이유가 호수 주변에 자생하는 소나무 보호 공사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소나무도 보호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것도 일년 중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여름 피서철이냐는 것이다. 소나무 몇 그루를 살리기 위해 그랬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잊을 정도다. 당국이 그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한그루의 소나무를 부둥켜안고 있는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다 좋다고 손 치자.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시 당국이 공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우리는 앞으로 1여 년 동안 물 없는 호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이 없어 바닥을 드러낸 호수는 이미 호수가 아니다. 문제는 바닥을 드러낸 호수에 물이 다시 차 오르기까지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하느냐이다.
 올 여름 전국 각지에서 지도를 보아가며 찾아온 그 많은 관광객들이 바닥이 훤히 드려다 보이는 산정호수를 보고는 실망해서 발길을 강원도로 돌리고 있는 것을 시당국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여름한철 장사로 먹고사는 지역상인들의 한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물 빠진 산정호수는 이미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소나무 보호공사가 공정률이 40%대에 머물러있다니 너무 늦은 감이 든다. 이제 피서철도 얼마 안 있으면 끝난다. 곧 가을임을 알리는 찬바람이 불 것이다. 피서철이 끝나면 산정호수에는 또 다른 관광객들로 북적이게 된다. 해마다 가을이면 이곳 호수 주변 명성산은 억새꽃 축제가 열려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기도 하다. 봄,가을의 이른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나는 선경을 당분간 볼 수없다니 그 점 또한 서운하다.
 시당국은 공사기간을 한시라도 앞당겨 하루속히 산정호수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도록 노력하라. 아름다운 산정호수는 관할 관청인 포천시의 것이 아니라 호수를 찾는 관광객의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