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최병관
지난해 여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 티켓 2장을 선물 받고 관람을 할 것인가, 아니면 티켓을 폐기처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왜냐하면 번번이 뮤지컬 공연에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서울 지리에 익숙지 못해 물어물어 어렵게 공연장을 찾아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공연이 시작되면서부터 오랜 세월 온몸에 뒤집어쓰고 있던 체면이라는 가면을 처음으로 훌훌 던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열광하는 관람객들과 함께 기립박수를 치며 흥분을 마음껏 발산했다. 함께 온 김 작가는 의외라는 시선을 보내왔지만 전혀 의식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며, 신명은 더욱 극에 달했다. 결국 김 작가도 열광하는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솜사탕처럼 녹아내려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 공연을 3번씩이나 관람을 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토요일 밤의 열기‘는 뮤지컬의 대반란이었다.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는 1970년대 디스코 문화를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영화의 한편이었다. 영화속 주인공인 신인 배우 ‘존 트라블타’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남게 되었다
디스코의 뿌리는 미국의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에서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오다, ‘토요일밤의 열기’가 1970년대 뉴욕시에서 상영되면서부터 디스코 열풍을 몰고 와 전 세계에 디스코문화를 꽃피우게 되었다. 디스코의 신화를 창조한 영화는 1998년에 이 영화 제작자인 ‘로버트 스틱우드’가 뮤지컬로 다시 제작하여 디스코 열풍에 또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토요일밤의 열기‘는 연극배우 윤석화씨가 한국의 정서를 감안하여 새롭게 연출한 한국 배우에 적합한 고난도의 개량형 디스코 춤을 접목한 뮤지컬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고난도의 개량형 디스코 춤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춤은 지극히 절제된, 그리고 명쾌하면서 휘몰아치듯 40여명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함께 스릴 넘치는 장면은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뮤지컬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간간히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들은 전설의 그룹 ‘비지스’의 히트곡 들이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열광하는 관람객들은 순한 양으로 변해버린다.
특히 무대에서의 부륵크린과 맨하탄을 잇는‘베라자노 네로’ 다리의 야경은 실물과 같은 황홀감에 빠져들게 한다.
40여명의 일치된 신명나는 춤과 노래, 간간히 울려 퍼지는 감미로우면서 호소력이 넘치는 노랫소리, 친구의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며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장면 장면은 눈물 그리고 환희를 맛보게 한다.
그러나 막이 내려지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또다시 겉잡을 수 없는 허탈감에 빠져들게 했다. 260만 인구와 거대한 면적을 소유한 인천에서 이런 공연을 한 번도 볼 수 없었다는 현실이 매우 슬픈 일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번 공연을 기획, 연출 하였으며,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최고의 연극배우이면서 연출가인 윤석화씨가 직접 출연한다니 더욱 가슴이 뛴다. 올 제헌절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에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는 또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토요일밤의 열기‘ 공연 관람 진기록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