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의 통일행사는 막을 내리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지펴진 통일애국의 불길은 통일의 그 날까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길로 뜨겁게 타번질 것입니다.”
 인천에서 벌어진 6.15 우리민족대회, 그 3박4일의 설레임과 훈훈한 만남, 가슴 뭉클한 순간들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북측 단장의 폐막연설에서 처럼 그 축제는 마음속에 지펴진, 꺼지지 않는 불길로 남아있다. 그 불길은 남북으로 하여금 ‘6.15 시대’가 상징하는 민족의 화합과 평화, 상생의 정신에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서게 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다가온 ‘6.15 시대’는 과거지향적이었던 6월을 미래의 시점으로 돌려놓는 의미를 지닌다. 6.25 전쟁을 추념하고 가신 이들을 기리며, 보훈과 충절을 각인해오던 6월은 ‘6.15 정상회담’을 디딤돌로 해를 거듭할 수록 남, 북한 당국 및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추동해가는 6월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별히 2004년 인천의 6.15 우리민족대회를 전후해 남, 북은 평화의 기운을 북돋우는 역사적인 성과들을 남기며 또 한번의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6월 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긴 진통끝에 서해상 무력충돌방지 방안에 합의를 이뤄낸데 이어 14일 오전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남북의 해군 함정들이 충돌방지를 위한 무선교신을 했다. 이로서 매년 꽃게철 때마다 되풀이 되온 NLL 인근 해상에서의 대치상태와 긴장관계를 종식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6월16일에는 우리군이 서부전선 무력부대에서 대북방송용 대형확성기가 철거됐고 북한군 역시 대남 선전용 확성기와 입간판 철거했다.
 이에앞서 6월5일에는 남북경협에서도 뜻깊은 돌파구를 찾았다. 남북은 이날 열린 제9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개성공단 통신망 구축과 전력공급, 경협사무소의 창구 등의 문제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현재 경의선·동해선 도로의 조기개통,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개성공단 시범단지의 경우 6월말 완료를 목표로 부지조성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대회가 처음으로 지방도시 인천에서 열리고 시민대중이 함께하는 열린행사로 치를 수 있었던 것도 또 다른 가능성과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인천대회에서 북측 대표단의 문화행사에 2만여명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즐기고, 통제는 있었어도 마라톤 행사에도 수천명의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조금씩 진전해가는 민간교류를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산화한 남북의 군인들, 수많은 실향민들의 아픔이 베어있는 인천은 이번 6.15 우리민족대회를 통해 정체성을 좀더 분명히 하고 평화통일의 주역으로 나설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6.15 남북정상 회담을 기념하는 행사를 올 6월으로 4번를 보낸다. 지난 4년간 남과 북의 만남과 교류도 적잖이 이뤄졌다. 그러나 남과 북 동포의 만남은 조금도 식지 않은 채 여전히 뜨거움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수십년을 냉전의 그늘 속에 속절없이 짓밟혀온 평화공존에 대한 간절한 소망, 분단의 쓰라린 아픔을 끝내고 남, 북의 공동번영의 새기틀을 잡자는 동포들의 갈망이 서려있기에 그 뜨거움이 식을 수 없는 것이다.
 완전한 평화와 통일의 그날까지 갈길은 멀다. 당장 제10차 이산가족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포들도 많다. 그러나 화해와 평화의 공존을 향한 우리 민족의 대장정은 6.15를 기점으로 삼아 힘찬 시동을 걸고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