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투어는 뭐니뭐니해도 말타기다.
울타리도 없이 사방에 놓아먹이는 몽고의 말들은 우리가 가끔 승마장에서 봤던 말보다 훨씬 작은 편이다. 제주 조랑말보다 약간 클 정도랄까, 어쨌든 거기서 거기다. 추위에 잘 견디고 지구력이 강해 오래 달린다는 이른바 호마(胡馬)의 특징을 미리 듣지 못했다면 실망스런 정도다.
시간제로 돈을 받는 초원의 상술 앞에 제대로 된 흥정도 못 벌인채 어쨌든 말 위에 올라탔다.
눈 앞에는 끝 없는 초원. 고삐를 쥐고 말 안장위에 올라 앉아 천하를 둘러본다.
아, 지난날 기마민족의 후예로서 드디어 장쾌한 초원에 섰으니 그 감격이야….
“13세기 징기스칸의 기마병들이 초원을 내달려 세계를 제패하던, 네 놈의 선조가 바로 그 말들이렷다. 오냐, 이 놈 이럇!!”
그러나 말은 제 가던 길로만 갈 뿐 고삐에 반응이 없다. 뭐 이런 놈이 있나, 미련 곰탱이 같은 말은 아무리 박차를 가해도 30여분간 제 관성의 속도대로만 나갈 뿐이었다.
이 놈이 멀리 반도에서 온 나를 깔보고 있구나 싶어, 말 부리는 재주 탓은 안한채 말 배만 마구 윽박질렀다.
푸르르∼ 하면서 약간 기분 나쁘다는듯한 반응을 보이던 놈이 마침내 뛰기 시작했다.
약간의 빠른 걸음조차 응하지 않던 놈이 이번에는 죽기살기로 뛴다.
말 잔등 위에 앉은 초보 기수는 말을 내달려 초원을 품으리라던 처음의 기개는 콩알만 해졌고 이 놈이 미쳤나 싶어 아무리 고삐를 틀어쥐어도 놈은 설 생각을 안했다.
꽤 먼 거리를 달렸고 얼굴은 완전 울상이 되었다.
낙마(落馬)의 불안감은 마침내 이 먼 타향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아득함과 아찔함으로 다가왔고 정신은 오락가락 했다.
그 때였다.
몽골의 기수들은 전속력으로 자신들의 말을 내달려 내 말 옆에 바짝 붙은채 상체를 비스듬히 숙여 내 말고삐를 잡아챘고 정말 기적처럼 서서히 말을 세웠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TV다큐멘터리에서 가끔 보던 몽고인들의 마상묘기가 실제 상황으로 펼쳐진 순간이었다.
쓰디 쓴 경험이었다.
함께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그랬다.
“내 말이 총알같이 뛰어나가고 그 뒤를 몽고 말이 추격하다 결국은 둘이 같이 가는 멋진 장면을 뒤에서 봤다, 어쩜 그렇게 말을 잘 타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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