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는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총선 결과는 현 정권의 지난 2년간 국가 운영에 대한 심판이라는데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구호로 내세웠던 현 정권이 국정을 전혀 공정하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게 운영해 온 결과가 투표로 나타난 것이다. 왜 민심이 현 정권에 비판적으로 돌아섰는지를 한번 살펴보자.

첫째, 집권 초기에 뭔가 잘못되면 전 정부 탓으로 돌린 행태가 현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식되었다. 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현 정부에서 더 낳은 정책으로 수정·보완하면 되는데, 바람직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전 정권의 비난에만 초점이 맞춰져 국민이 실망하기 시작했다.

둘째, 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과 사업들이 연거푸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부산 엑스포 유치, 의료인력 증원 등 추진하는 정책마다 실패 혹은 문제를 남겼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철저한 준비와 검증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아마추어 정부라는 오명만 남겼다.

셋째, 현 정부는 사건이 발생하면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진상에 대한 조사에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이태원 참사가 그랬고,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도 내막이 오리무중이고,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상병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막혀 폐기될 운명에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은 재갈을 물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상황이다.

넷째, 북한·일본과 외교 관계에서 무슨 성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일관계 복원한다면서 일제 위안부와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 있으며, 북한과는 연일 미사일 개발과 훈련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외국의 국빈 방문은 열심히 다녀 눈총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많은 일이 지난 2년간 벌어져 결국 총선에서 정부와 여당이 낙제점을 받는 결과가 나왔다. 이제 민심이 어떤지 알았는가? 헤겔은 '국가론'에서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지금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함이다. 제발 부탁인데, 앞으로 남은 3년은 민심을 헤아리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정을 수행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