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수두룩한 근·현대 건축물을 보유했다. 6·25전쟁 중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수많은 건물이 사라지긴 했어도, 살아남은 것도 더러 있어 존재감을 과시한다. 중구 개항장 거리에선 근대 서양식 건축 양식의 석조 건축물들과 마주치기 일쑤다. 우리 경제를 수탈하려고 지은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을 비롯해 제18은행 인천지점과 제58은행 인천지점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개항기 인천에 살던 미국·독일·러시아 등의 외국인 사교모임을 위해 만든 옛 제물포구락부는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 건물은 현재 인천개항박물관과 인천개항장 근대건축물전시관 등으로 이용된다.

여기를 지나다 보면, 개항기 변화 모습과 정취 등을 느끼며 역사적 의미도 둘러볼 수 있다. 개항장 일대에선 마치 100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대와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렇듯 오롯이 개항장을 품은 데서 '봄의 제전'이 펼쳐져 시민들의 관심을 모은다. 오는 5월22일까지 개항기 근·현대 역사를 간직한 '송학동 역사산책공간'에선 '여덟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송학동의 봄'을 주제로 전시와 공연을 진행한다. 제물포구락부, 인천시민애(愛)집(송학동 옛 시장관사), 긴담모퉁이집(신흥동 옛 시장관사) 등과 연결된 곳에서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 우현상 수상자 작품전, 긴담모퉁이 마을합창단 공연 등이 선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개항장 문화재 공간을 활용해 운영 중인 공연·강연·전시프로그램이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제물포구락부, 인천시민애집, 긴담모퉁이집 등 문화재 3곳에서 연 시민 대상 프로그램에 총 11만6000여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인천시는 2018년부터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 발굴·보존에 힘을 쏟고 있으며, 그 일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터놓았다.

1901년 지은 제물포구락부는 2020년 6월 시민들에게 문을 열었다. 여기선 지난해 인천의 가치와 역사를 재조명하는 인문학강좌·클래식콘서트 등 11개 상설·특별프로그램이 열려 5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역대 인천시장 관사로 쓰였던 인천시민애집과 긴담모퉁이집도 각각 2021년 7월과 지난해 5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됐다. 시는 송학동 일대에 '개항장 역사 산책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인천의 소중한 유산들이 시민을 위해 쓰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 가치를 미래 세대로 전승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야 마땅하다. 더불어 시민들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사로잡을 수 있게끔 많은 문화공간을 확보했으면 싶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