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우리 고사성어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으며, 10년 가는 권력은 없다는 뜻이다. 서양에도 이와 유사한 말로 '파레토 권력순환론'이 있다.

경제학에서 '파레토 최적' 원리를 정립한 이탈리아의 정치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는 그의 책 <마음과 사회(The Mind and Society)>에서 세상은 불가피하게 엘리트에 의해 지배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여우와 사자 이론(fox and lion theory)'을 제시하였다. 사회는 필연적으로 계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권력은 두 엘리트 집단 '여우와 사자' 사이에 주고받는 과정이 반복한다는 원리이다. 여우(fox)들은 유연하고, 약삭빠르며, 위험을 감수할 의도를 갖는 집단으로 역동적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혁신적 변화를 지향하는 세력을 뜻한다. 반면에, 사자(lion)들은 변화를 거부하며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보수 귀족세력을 지칭한다.

여우들이 정권을 잡으면 사회는 비교적 자유를 구가하며 역동적이지만 전통과 질서는 다소간 느슨해지는 측면이 있다. 여우 정부는 개방성과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노동계급과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불안정을 틈타 사자 집단이 '엘리트 권력순환'을 주장하며 여우 정권의 무능력을 지탄하고 사회의 질서회복을 위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런 활동은 정치적 불안정과 급진적 개혁의 위험으로부터 개인재산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연적 활동으로 정당화한다.

파레토는 사회에서 여우와 사자 모두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우들이 비록 어느 정도 무질서는 초래하지만 경제적 번영을 위해 혁신은 필요하며, 사자들의 강압적인 정책으로 인해 경제침체 가능성은 있지만 사유재산과 전통을 강력히 수호하는 활동도 유효하다고 본다. 사자가 집권한 정부의 대표적 사례로 1921년 이탈리아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을 들 수 있는데, 무솔리니는 정권쟁취의 정당화 논리로 바로 파레토 권력순환론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파시스트는 사자들 또한 궁극적으로 여우들에게 권력을 넘겨줄 것이라는 원리를 망각했었다.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인들은 '권력은 유한하고 순환한다는 것'을 역사가 명백히 보여주는 것을 기억하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올바로 행사하기 바란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