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성현 전 매일노동뉴스 대표
▲ 부성현 전 매일노동뉴스 대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밝았다. 사전투표율은 31.3%다. 지난 총선보다 4.6% 높은 총선 역대 최고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서울은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32.63%이다. 광주·호남지역 평균 39.2%에 비해 대구는 25.6%로 최저점을 찍었다. 언론의 예측에 따르면 합계 투표율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차지했던 21대 총선을 상기시킨다. 당시 투표율은 66.2%였다. 그 전 20대 총선보다 8% 이상 올랐다. 유권자수를 4400만명이라고 했을 때 352만명이 투표장을 더 찾은 것이다. 적어도 총선에선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했던 게 그간의 경험칙이다. 무엇을 함의하는지, 이번 총선에 나서는 주권자의 표심을 읽을 수 있다. 민주당이 좋아서,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고 분노한 민심이 저쪽이 싫어서 이쪽을 선택하는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단연코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등장하자 정권 심판 여론은 거세졌다. 숨은 그림이 어딨는지 몰라 잠시 눈을 비빌 때는 국민의힘이 앞서 나갔다. 조국혁신당은 정권 심판의 저수지 역할을 했다. 숨은 그림을 찾자마자 야당에 기회가 왔다. 대파와 회칼, 입틀막은 윤석열 정부의 민낯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지난 3월 초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는 한국이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후퇴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해 강압적인 조처를 하고, 성평등을 공격하면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했다. 법치주의가 민주주의 기둥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가 민주주의다. 주권자든 통치자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 위에 군림하는 건 반법치주의다. 본인들만 치외법권을 누리는 건 공정과 상식일 수 없으며 불의하고 편향된 특권일 뿐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가장 우려스러웠던 발언은 2023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에, 언론도 전부 야당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고 말했다. 이런 피해망상이 권위주의 정부를 만들었다. 이런 인식이 독선과 불통, 무지와 무능의 국정운영을 낳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입을 통해 종종 듣는 '격노'라는 표현은 무협지에서나 볼법한 말이다. 자유민주주의자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이 명예롭게 깔아준 최고의 자리다. 그 자리를 물리는 것을 탄핵이라 한다. 탄핵의 탄(彈)은 힐책하다, 바로 잡다의 뜻이다. 핵(彈)은 관리의 죄를 고발하다는 뜻이다. 탄핵의 권한을 갖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이번에 뽑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더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총선 이후 불거질 수 있는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깐다. 양극단의 정치가 만들어 온 폐허 위에서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정치보복의 악무한적인 반복이 우리네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했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거나, 야당 지도자를 범죄자로 불온시하는 야만이 멈추길 바란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대화하고 타협할 서로의 파트너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통령부터 일방에서 협치로의 국정 전환을 실행해야 한다. 총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속단할 수 없으나 대통령에게 내리는 탄핵에 준하는 벌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피의자의 죄를 추궁하고 벌을 줬던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도 잘못하면 벌을 받는 것이다. 오늘 주권자가 행사하는 한 표라는 민심의 바다는 윤석열 검사를 대통령으로 띄우기도 하고, 그 대통령직을 잘못 수행하면 국민적 심판으로 뒤집기도 한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주리라 믿는다.

/부성현 전 매일노동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