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동 창고 화재, 14시간 만에 완진
샌드위치 패널 구조 탓 불길 번져
5년간 서구지역 '대응 1단계' 9건
▲ 2일 인천 서구 석남동 창고·공장 밀집지대 화재 현장에서 서부소방서와 서부경찰서가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호윤 기자 256@incheonilbo.com

2일 오전 9시20분쯤 인천 서구 석남동 창고·공장 밀집지대.

전날 화재가 발생한 이곳은 화마가 집어삼킨 흔적이 역력했다.

건물들은 검게 그을린 상태였고 곳곳에서 외벽에서 떨어져 나간 패널과 깨진 유리창 등이 눈에 띄었다.

바닥에 뒹구는 소화기와 녹아버린 팔레트가 당시 화재 상황을 짐작게 했다.

전날 오후 3시57분쯤 가방류 보관창고에서 시작된 불은 인근 건물로 빠르게 옮겨붙었고, 이 불로 모두 10개 동이 타고 9개 업체가 재산 피해를 입었다. 30대 A씨 등 업체 관계자 3명은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등 196명과 소방헬기 등 장비 68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14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6시35분 불을 완전히 껐다.

화재 피해를 본 업체 관계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업체 대표는 “건물 내부에 10억원 상당 제품이 있었는데 모두 타버렸다”며 “아직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전날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도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다.

건물 내부에 목재와 가방류, 플라스틱 제품 등 가연성 물품이 많았던 데다 공장·창고 간 간격이 좁고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이뤄진 건축물이 많았던 탓이다.

서부소방서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오전 화재 현장에서 서부경찰서와 합동 점검을 벌였고, 3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서구지역에서 공장 등을 중심으로 대형 화재가 잇따르면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소방본부의 '비상대응출동 발령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최근 5년간 인천에서 발령된 대응 1단계는 총 25건이며, 이 중 서구지역 화재가 36%(9건)를 차지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서구에는 산업단지와 공장 밀집지역이 많은 데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 공장 간 간격이 좁은 경우가 다수여서 화재 발생 시 연소가 급격히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관할 소방서는 물론 소방본부에서도 공장 화재 대책을 갖고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산단 등이 화재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과거에 조성된 산단 등의 경우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많고, 시설이 노후해 화재에 취약할 뿐 아니라 불이 확대되는 속도도 빨라서 진화하는 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화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하는 것과 함께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