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지섭 사회부 기자
▲ 안지섭 사회부 기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달 14일 오전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 시민행진단이 인천시청에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으로 향하자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 행렬 선두에는 2월 말 제주에서 출발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섰고, 시민들이 뒤를 따랐다.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군의 어머니 최순화씨는 시민들에게 노란 리본을 건네며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어머니는 씩씩하고 당찬 모습으로 이날 인천 거리를 걸었다.

2014년에도 유가족들은 거리에 나섰다. 대학에 들어가 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처음 세월호 유가족들의 행진을 취재했을 당시에 본 풍경이 기억난다.

광장에 모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까지 행진하려 했지만, 경찰벽에 자주 막혀 멈춰야 했다. “배가 왜 침몰했는지, 국가는 왜 구하지 못했는지.”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의 울부짖음과 이들을 막아 세워야 하는 경찰들의 굳은 표정이 대비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가족들은 매년 거리로 나서고 있다. 다만 요즘은 유가족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일이 없다. 정부를 상대로 투쟁했던 그들은 시민들에게 감정과 기억이 무뎌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10주기 행진에서 많은 시민이 유가족들의 외침에 응답해 거리로 나서 함께 안전 사회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이토록 기억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인천 정치권은 조용하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와 4월10일 총선이 치러지는 날짜가 약 일주일 간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끊긴 인천∼제주 뱃길을 안전하게 복원하겠다는 공약이나 시민 안전 강화에 대한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는 인천에서 출발했는데, 먼 남쪽 바다에서 침몰했으니 책임은 없다고 보는 걸까.

/안지섭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