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용익 화백 회고전 '지움과 비움 그리고 반추'展
헤럴드옥션 광교, 내달 5일까지
단색·수채화 58여점 최초 공개
▲ 지난 13일 헤럴드옥션 광교센터에서 열린 故조용익 화백의 회고전 ‘지움과 비움 그리고 반추’ 전경.

하얀 캔버스 위, 형형색색의 물에 갠 묽은 아크릴이 덧입혀지면 지워내고 다시 물감을 덧입혀 지워낸다. 때로는 손으로, 때로는 붓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지움과 비움을 반복하면 어느새 그 모든 손길의 흔적을 담은 꽉 찬 밀도의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헤럴드옥션 광교센터가 1세대 단색화 작가 故조용익 화백의 회고전 '지움과 비움 그리고 반추'를 개최한다. 박서보, 정상화, 김창열 등 작가와 동시대에 활동하며 한국의 추상회화, 단색화 열풍을 이끌었던 조 화백의 작품 중에서도 2010년대 이후 단색화 50여점과 초기 수채화 작품 8점 등을 최초 공개한다.

▲ 조용익 '전경4'
▲ 조용익 '전경4'

1934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난 조 화백은 서울대 회화과에서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물감이 값싸고 구하기 쉬운 이유로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는 인물, 풍경, 사물을 그려나갔다.

이 시기 작품들은 한국 전쟁의 상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잘 드러나는데, 'work 12034'(1955)이 대표적이다.

▲ 모녀3, 조용익, 1957.<br>
▲ 모녀3, 조용익, 1957.

이후 현대 추상회화의 경향 중 하나인 프랑스 '앵포르멜(informalism, 비정형)' 화풍에 영향을 받은 조 화백은 추상미술의 세계로 빠져든다. 졸업 작품으로 출품한 유화 작품 '모녀3'(1957)는 제6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입선하기도 하는데, 특히 1959년 '현대미술가협회'에 참여하며 한국의 추상 미술을 적립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조 화백은 이를 계기로 제5·6회 파리비엔날레에 전권대표로 참여하며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국내외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1974년부턴 18년간 추계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기도 한다.

▲ 조용익 'work 19-624'
▲ 조용익 'work 19-624'

1970~1980년대 페인팅 나이프나 손가락으로 물감을 칠하고 지우며 점화, 물결 모양을 반복해 보여주던 그는 2000년대 중반 일신상의 사유로 잠시 화단의 중심에서 멀어진다.

그럼에도 작품 활동만큼은 쉬지 않았던 조 화백은 2010년대에 접어들자, 자신만의 호흡을 유지하며 이전 작품들을 '반추'하는 작업에 접어든다. 이미 그린 작품 위에 물감을 덮어 다른 호흡의 문양을 올리거나, 기존과 다른 모양을 지워내는 작업을 반복하며 온전한 '조용익'만의 화풍을 정돈해 나간 것이다.

2019년 그린 'work 19-1105'에 이런 흔적이 잘 드러나는데, 작품 중앙에 그려진 3개의 물결무늬 뒤로도 밝은 주황색 아크릴물감 배경엔 이전에 그렸던 쐐기 무늬가 비친다. 'work 19-624'(2019) 역시 초기작에 많이 사용한 문양과 함께 질서정연한 격자무늬를 다시 등장시키는데, 이 시기 그의 작품들은 반복적인 행위로 자신의 삶을 다시 느끼고 돌아보는 수행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지난 13일 헤럴드옥션 광교센터에서 열린 故조용익 화백의 회고전 ‘지움과 비움 그리고 반추’ 전경.<br>
▲지난 13일 헤럴드옥션 광교센터에서 열린 故조용익 화백의 회고전 ‘지움과 비움 그리고 반추’ 전경.

 

최지혜 헤럴드옥션 대표는 “조용익 화백은 '지움과 비움 그리고 반추'라는 동양의 정신세계를 근간으로, 한국 미술에 또 하나의 스펙트럼을 제시한 인물”이라며 “그의 작품을 통해 역사 속 화가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조용익을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5일까지 진행되며, 휴관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무료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