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인천경실련-인총넷 4·10총선 공동기획]
'단절된 도심' 해법에 쏠린 눈…재원 마련 관건

도심 가운데 관통…지역 간 불균형 초래
여야 후보 '철도 지하화' 공약 준비 한창
윤 대통령 사업 추진 약속…기대감 커져

문제는 예산…경인선 지하화 9조 추산
경인고속도 지하화도 1조7352억 추정

법 제정·선거 맞물려 추진 가속 가능성
“무엇보다 사업비 확보 시급” 목소리
▲ 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선이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도시를 단절시키고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경인선 동암역 인근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 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선이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도시를 단절시키고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경인선 동암역 인근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요즘도 인천시민 가운데 일부는 인천 북쪽에 사는 사람들을 '인천 사람'이 아닌 '부평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평·계양구는 엄연히 인천시 행정구역에 속하지만 이들 지역 주민이 마치 인천이 아닌 다른 도시 생활권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경인선 철도와 경인고속도로로 인해 벌어진 '도심 간 단절'이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경인선과 경인고속도로는 산업화 시대 속 도시 성장을 견인했지만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 지역 간 단절과 원도심과 신도시 간 불균형 문제를 야기하는 문제도 낳았다.

시민들은 지역 균형 발전 방안으로 철도와 도로를 지하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가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추진은 더디기만 하다.

하세월이 지나도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이 실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내달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출마 후보들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공약들을 내놓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아울러 지난 7일 인천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까지 사업 추진을 약속하면서 유권자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 인천대로 전경. /인천일보DB
▲ 인천대로 전경. /인천일보DB

▲단절된 인천 도심, 민심은 '흉흉'

서구 가정1동과 가정3동은 인천대로(옛 경인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단절돼 각각 서쪽과 동쪽에 있다. 미추홀구 용현동인 옛 경인고속도로 인천 기점부터 차를 타고 출발해 서울 방향으로 가다 보면 가정1·3동은 같은 서구지만 다른 지역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서구 청라국제도시와 인접한 가정1동에는 대규모 신규 아파트인 초고층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반면, 가정3동은 도로 옹벽 뒤쪽으로 저층 연립주택만 즐비한 상황이다.

가정3동 주민들은 생활권 주변이 경인고속도로와 산으로 가로막힌 터라 마치 외딴 작은 섬에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더구나 상업시설도 없어 인천대로를 건너서 다른 동네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경인고속도로 중 일반도로로 전환되는 인근 권역에 인천시 계획대로 공원 등이 조성된다면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인천 도심을 관통하는 경인선 도원역 인근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 인천 도심을 관통하는 경인선 도원역 인근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윤 대통령의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공언도 주민들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달 7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필요한 법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한 후 2027년까지 착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경인선 철도 지하화는 2025년까지 '전국 철도 지하화 종합계획'을 마무리하고 2026년에는 지하화 계획을 수립해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31일과 2월1일 연달아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양당 모두 지상을 오가는 철도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상을 개발해 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지하화 핵심은 '재원 조달'

문제는 예산이다. 정치권에서는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선 지하화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구체화할 예산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사업이 번번이 좌초됐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비는 무려 1조7352억원으로 추정된다. 기획재정부가 사업 구간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올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인선 지하화는 인천역부터 구로역까지 27㎞ 구간을 지하화하는 내용이다. 총 사업비는 약 9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올 1월 국회에서 해당 사업의 지상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철도 지하화 재원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관련 법 제정과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지역사회에서는 제2경인고속도로 지하화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차성수 인천YMCA 사무처장은 “지하화가 기술적으로 가능함에도 사업이 계속 미뤄져 왔다. 무엇보다 사업비 확보가 시급하다”며 “앞으로 제2경인고속도로로 인한 불균형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이 구간 지하화에 대한 논의도 시작돼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지하화 성패, 정부 의지에 달려”

▲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지하화 사업을 통해 도로와 철도로 인한 지역 간 단절 해소는 물론 인천의 균형적 발전과 주민 편리성 증진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진형(사진)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겸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13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선 철도 지하화에 따른 효과를 이같이 전망했다.

경인고속도로·경인선 지하화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공약이다. 그런데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건 막대한 비용, 경제성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아서라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결국은 비용의 문제고 경제적 타당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땅값이 비싼 서울의 경우 상층부를 활용하면 어느 정도 사업성이 나오겠지만 인천 구간은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상부 공간 개발에 대한 견해도 내놨다.

그는 “자금 조달은 결국 상부 공간 등을 개발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게 관건”이라며 “다만 개발을 하더라도 분양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난개발을 막기 위해 일부 공간에 공원 등을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적절한 배분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화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중앙정부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서 교수는 “지하화 사업은 대선 공약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국회의원 공약 차원보다는 중앙정부 정책으로 추진돼야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앙정부는 종합개발계획을 합리적으로 수립해 국토 균형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방정부에서는 그 실행계획에 맞게 차질없이 수행되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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