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선관위, 장애인 단체와
3800여 투표소 접근성 조사 중

수원시 영향평가로 92곳 개선
대다수 지역은 대책 마련 못 해

지체장애인협 “사전 투표소는 더 열악…지자체가 관심 가져야”
▲ 2022년 장애인 단체 점검에서 파악된 도내 한 투표소의 문제. 출입구 경사가 심해 장애인은 이동이 어려운 구조다./사진제공=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경기도 각 지역에서 장애인들이 '불편한 투표'를 해야 하는 문제는 선거철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이번 4·10 총선은 어떨까. 아쉽게도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란 반응이 많다. 사회적 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경기지역 장애인 인구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 6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 관련기사 : 20대 대선 장애인 차별 투표소, 전체의 15%

▲장애인 투표소 이용, 왜 어렵나

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장애인 인권단체와 함께 최근 도내 3800여개 투표소를 대상으로 접근성 차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는 빠르면 15일쯤 완료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관련 법에 근거한다. 2008년 4월 시행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참정권 행사에 차별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또 시설, 설비는 물론 선거용 보조기구 개발·보급 등 편의를 제공하도록 했다.

'공직선거법' 역시 2019년 개정을 거쳐 투표소 설치를 1층 또는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하게 했다. 하지만 선관위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 각 요구사항을 지킬 예산이 부족하고, 강제성도 떨어져 환경이 개선되지 못한 '예외 투표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전체 투표소를 체계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장애인이 지역에 설치된 투표소로 이동하고, 기표하는 과정에 있어 차별을 받는 사례는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해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장애인 비율은 21.6%로 나타났다. 이유는 '몸이 불편해서' 49.5%, '본인이 원치 않아서' 31%, '교통불편' 4.1%, '정보부족' 2.9%', '편의시설 부족' 2.2% 순으로 나왔다. 중증장애인 이동 차량과 같은 편의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한 응답은 4%에 불과했다.

▲ 2022년 장애인 단체 점검에서 파악된 도내 한 투표소의 문제. 출입구 경사가 심해 장애인은 이동이 어려운 구조다./사진제공=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들이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내 투표소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협회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조사자료를 토대로 투표소 접근성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경기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할 대안 중 하나로 수년 전 '지자체 인권영향평가'가 떠오른 바 있다. 2017년 수원시가 최초로 도입했다. 지자체가 장애인 분야 단체 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한 뒤 일부 투표소를 점검·평가하는 방식이다. 접근로·장애물·경사로·통로·승강기·화장실·점자표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고치게 된다. 지금까지 무려 92곳을 손 봤다.

이후 31개 시·군 가운데 광명시와 고양시가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남은 대다수는 선관위 흐름에 맞춰 행정력을 기울일 뿐, 자체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당장 경기도가 파악한 시·군의 인권 전담조직 구축 현황만 봐도 과 단위 1개, 팀 단위 3개에 불과하다.

한은정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은 “본 투표소도 문제지만, 사전투표소는 임시적인 성격이 강해 더욱 열악하다”며 “여러 노력으로 많이 나아지고는 있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을 떠나 그 지역 주민의 참정권을 지키는 것이기에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1위 규모인 도내 장애인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도 통계에서 2014년 50만8330명, 2017년 53만3259명, 2020년 56만9726명, 2023년 58만6421명이다. 전국 대비 비율은 10여년 사이 20% 초반대에서 22.2%까지 증가했다.

성남시에 사는 장애인 김모(58)씨는 “투표소 내부만 아니라 그 인근부터 점자블록 등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도 불편해서 싫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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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장애인 차별 투표소, 전체의 15% 선거 때마다 열악한 장애인 투표 환경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경기지역에는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못한 투표소가 전체 15%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접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6일 인천일보는 장애인의 참정권 차별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가 20대 대선 한 달 전인 2022년 2월 실시한 31개 시·군 1114개 투표소 내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조사 자료를 확보·분석했다.그 결과 1층이 아닌 곳에 설치된 투표소가 43%(485개소)에 달했다. 이 가운데 승강기가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