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수의집…현재 명칭 개칭
고은 시인 퇴거 후 공무 용도 변경
이용 빈도 낮아 대안 필요 지적
수원시 “올해 활용도 높일 계획”
▲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등산로 입구 부근에 위치한 '광교힐링하우스'. 성추행 논란으로 퇴거한 고은 시인이 지필 활동을 했던 공간으로 29일 현재는 수원시 업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자락 아래, 굽이굽이 길을 따라 올라 가다보면 굳게 닫힌 철문 하나가 나온다.

문살 틈 사이로 보이는 꽤 멋들어진 노송들, 어느 대감님댁 저택인가 싶었는데, 이곳은 지난 2013년 수원시가 인문학 도시 구현을 목표로 삼고초려 끝에 유치한 고은 시인의 창작공간이자 거주 공간이었다.

지하1층 지상 1.5층 연 면적 265㎡ 규모로 지어진 이 저택은 시가 전시장 용도로 매입해 두었다가 리모델링을 거쳐 시인에게 제공한 것이다.

고은 시인의 입주 후 4년 여가 지났을 무렵, 광교산 일대는 한동안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광교산 인근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을 이유로 재산권 행사 제약 문제를 놓고 고은 시인의 퇴거를 촉구하는 집단 집회를 열었다.

해당 지역은 50년 넘도록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 등 제약에 묶여 개보수 조차 쉽지 않았다.

당시 주민들은 고은 시인의 주택 공간의 리모델링을 위해 조례까지 만든 시가 고은 시인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때 최영미 시인의 폭로로 상습 성추행 논란이 빚어졌고, 결국 시인은 2018년 2월, 불명예 퇴진과 함께 집필 공간을 떠나게 됐다.

이후 고은 시인이 떠난 '문화향수의집'은 시인이 퇴거한 2018년부터 수원시 공무원들의 공무 공간으로 이용돼 왔다.

'문화향수의집'은 현재 '광교힐링하우스'로 명칭이 개칭됐다.

지난해 광교힐링하우스는 원천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송년 행사 등 공무원 연찬 모임, 정기회의, 내빈 영접 등 10차례가 공무 용도로 이용됐다.

이용 빈도에 비해 지난해 광교힐링하우스 공사 비용에만 1억원 상당 예산이 쓰였다.

29일 인천일보 취재에 따르면 조경정비공사 비용으로 6731만5000원, 전기시설 보수공사 1325만5000원, 물품구입비 1550만원 등 관리인 용역비를 제외하고도 9607만원이 공사비로 사용됐다.

'광교힐링하우스'가 고은 시인 퇴거 후 수원시 공무원들의 공무 용도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지만 활용이 미비해 적절한 활용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은 “시인 퇴거 후 시설이 적극 활용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난번에도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활용하지도 않는 공간에 리모델링 공사가 왜 필요한 지는 의문이다“며 ”조례를 바꿔가며 유치한 시설인 만큼 차라리 시민들에게 개방해서 시민들의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공동이용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려면 단순히 자치법규 개정만으로 되는 사항은 아니다. 시에서는 올해 활용도를 높이고자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