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부평동 일대 '평리단길'
한때 SNS 인기 상권…침체 가속
상인 “예전만큼 많이 찾지 않아”
'청리단길' 분위기도 마찬가지
전문가 “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 이른바 '평리단길'·'청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26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동 일대.
▲ 이른바 '평리단길'·'청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26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동 일대.

26일 오후 1시30분 인천 부평구 부평동 일대. 이른바 '평리단길'로 불리는 이곳에는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샵, 음식점 등이 모여 있다.

구미를 당기게 하는 디저트 가게부터, 커피 맛을 강조하는 가게까지 저마다 특색을 갖춘 탓에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잘 알려진 상권이다.

하지만 이날 찾은 평리단길 일대 대다수 가게에서 손님은 찾아볼 수 없다. 맛집으로 유명한 일부 음식점을 제외하면 썰렁한 기운이 감돈다.

2층에 자리 잡은 한 카페는 '매주 토, 일 운영'이라는 팻말을 내걸기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평일에도 문을 연 카페다.

상인들은 경기 악화로 인한 상권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카페를 운영하는 A(34)씨는 “골목 사이 사이로 다 카페인데 젊은 사장님들이 차렸다가 얼마 못 가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근처 직장인들이 많지만 요즘은 평일 낮에도 예전만큼 많이 찾지는 않는 것 같다. 부평 상권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평리단길 일대 임대를 내놓은 상가들이 많지만, 계약하러 오는 이들도 줄었다.

공인중개사 B(66)씨는 “부동산은 경기 상황과 매우 밀접하다. 근래에는 상가 임대 문의가 거의 없다”며 “넓고 깨끗해 인기가 있을 법해도 잘 안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른바 '평리단길'·'청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26일 오후 인천 부평구 갈산동 일대.
▲ 이른바 '평리단길'·'청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26일 오후 인천 부평구 갈산동 일대.

부평구청역과 굴포천역 사이에 있는 '청리단길'도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카페의 경우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소비 연계 효과도 누리기 어렵다.

청리단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36)씨는 “업종 변경을 고민중이다. 카페도 워낙 많고 이 일대 음식점과의 연계 효과도 낮은 것 같다”라며 “그나마 주말에는 좀 나은데, 고물가 여파에 오히려 코로나19 때가 더 나았다는 생각도 든다”고 이야기했다.

소비자들도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다. 직장인 D(33)씨는 “맛있고 분위기 있는 음식점이 있는 청리단길에 종종 오는데 확실히 사람이 줄었다”라며 “한파 영향도 크겠지만, 최근 경기상황에는 돈을 안 쓰게 된다”고 말했다.

고금리, 고물가로 운영 경비가 오르고 소비 심리도 위축되면서 상가 임대시장 침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인천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각각 13.6%, 6.5%다.

상가 투자 수익률도 낮았다. 인천 중대형 상가 투자 수익률은 2.80%로 전국 평균인 3.18%보다 떨어졌다. 소규모 상가는 전국 평균인 2.80%보다 높았지만, 중구 신포동과 미추홀구 주안동은 1% 미만이다.

전문가들은 상권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상승으로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재구매와 재방문을 이어질 수 있는 상권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