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수필가.
▲ 김사연 수필가·전 인천문인협회장

2024년은 청룡의 해다. 십이지신 중 열한 가지 동물은 육지 동물인데 용은 물에서 솟구쳐 하늘을 나는 신비스러운 영물이다. 용을 이르는 우리의 고유 말은 '미르'였다. 미르의 어근은 '밀'이니 곧 물을 의미한다. 해서 예부터 범은 산의 신이요, 용은 물의 신이라 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간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검은 구름을 뚫고 인천여상 건너편 바다 가운데에 서광이 꽂혔다. 순간 요란한 천둥 번개와 함께 꾸불꾸불한 용 모양의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용이 없다는 말도 못 하겠구나!” 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교실 안 우리는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이 설령, 바닷물이 회오리바람과 함께 휘감겨 기둥 형태로 높이 솟아오르는 용솟음, 혹은 용권(龍卷)이라는 자연 현상이라고 해도 과학적인 이론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용은 얽힌 사연도 많다. 풍수지리에선 좌청룡 우백호라 할만치 용과 호랑이를 앞세웠다.

등용문(登龍門)이란 단어도 자주 듣는 고사성어다. 황허(黃河) 상류 산시성에는 3계단의 높은 용문(龍門)협곡이 있다. 이곳은 폭이 좁고 양쪽은 넓은 상류와 하류가 흘러 병목현상을 일으키므로 물살이 거세다. 물살을 헤치고 하류에서 상류의 용문을 향해 거꾸로 올라올 수 있는 잉어는 드물었다. 해서 어렵게 성공해 올라온 잉어는 용으로 승천했고 실패한 무리는 평범한 물고기가 되었다 하여 등용문이란 말이 생겼다. 지금도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거나 출세하면 등용문에 오른다고 칭송한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고사성어도 있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의 장승요는 벼슬을 사직하고 낙향해 그림만 그렸다. 어느 날 안락사란 절에서 벽에 용을 그려 달라는 요청이 와 여러 마리의 용을 그렸다. 벽화가 공개됐을 때 용 그림엔 눈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눈을 그리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을 그려 넣으라고 재촉했다. 장승효는 한 마리 용에 눈을 그려 넣었다. 순간, 용은 천둥 번개를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갔다. 눈을 단 용이 날아간 그 자리는 텅 비었지만, 나머지 용들은 벽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때부터 중요한 일을 완벽하게 마지막 마무리하는 것을 화룡점정이라 했다.

용이 입에 물고 있는 여의주(如意珠)도 자주 보아온 그림이다. 용이 승천하려면 반드시 여의주를 얻어야 한다. 만일 얻지 못하면 이무기로 남는다. 이무기란 깊은 물 속에 사는 큰 구렁이로 패배감과 열등감에 빠져 사람에게 피해만 주는 심술꾸러기 동물이다. 난관을 헤치고 자신의 인생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패배자로 전락하고 열등의식에 빠져 주변에 해악을 끼치는 비사회적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용은 신비한 영물인 만큼 가르침도 다양하다.

/김사연 수필가·전 인천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