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율 청담갤러리율 대표
▲ 이서율 청담갤러리율 대표

지난 2023 인천아시아아트쇼에 중견 여류작가의 미술작품을 올렸다. '선물'을 주제로 따듯하고 열정적인 감성을 화폭에 담았던 작품이었다. 감동, 감탄을 불어오는 예술 체험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활력소가 된다.

우리 사회는 노동의 대가를 추구하던 경제적 삶의 구조를 벗어나 여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예술 수요와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확산하면서 여가활동은 자연스럽게 인간 정체성 정립의 요소로 작용하게 됐다. 그래서 여유와 재미가 충만하고, 감동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더 그리게 된다. 단지 시간이 많고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해서 여가를 누리는, 행복한 삶으로 단정하기엔 한계가 있다.

감동적인 삶을 영위한 위인은 많다.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애플 창업자로서 역사에 남은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계속 갈망하고, 우직함을 잃지 말라”고 말했다. 예술을 향한 우직함으로 여유와 감동의 인생 풍요를 갈망하게 된다. 공연·전시회에 가는 것이 사치로 여겨졌던 시대는 상상할 수 없는 과거이다. 이제 문화향유는 대중의 일상이 됐다.

어느 미술작품 앞에 발걸음을 멈췄던 기억을 되새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 세계로 흡인되는 순간, 그림 한 폭에 지루했던 삶이 새로운 활로로 변화된다. 마음을 붙드는 미술작품 한 점은 개인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 부흥의 매개일 수 있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의 장관 앞에 섰을 때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 미술작품에서도 대자연이 주는 편안하고 안락한 치유와 감동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힘은 매우 각별한 일상의 선물인 셈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미술 경매시장의 정상에 선 김환기 작품 앞에서 느꼈던 감동은 아마도 가슴 벅찬 여운으로 오래 갈 듯싶다. 잔잔히 스며드는 여유와 감동이 바로 대자연을 능가하는 미술작품의 무한한 에너지이다.

갤러리를 운용하는 나는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국내외 작가의 미술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했다. 그림을 사는 애호가의 사연도 다양하다. 공황장애를 앓은 적이 있는 40대 지인은 그림에서 치유의 의미를 찾았고, 열심히 살아온 자기에게 스스로 그림을 선물한 고객도 있다. 그림을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사례를 발견한다. 가족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일의 영감을 얻는가 하면 대화의 소재를 찾게 돼 아름다운 삶의 동기를 부여하는 마력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또 아침을 열며 활력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그림은 아름다운 인생의 힐링 공간이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기쁨, 즐거움으로 인식되지만 감동은 예술향유에서 얻는 고유한 영역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예술 작품이 세상에 나온 과정과 표현 방식 등의 작품 내면을 파악하는 데 관심이 적다. 일상적인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서 작품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지식과 안목은 차원 높은 문화향유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해석되는 '파인아트'는 영국에서 5예술(five arts)로 지칭된다. 회화, 조각, 건축, 시, 음악으로 나눌 수 있는 파인아트의 영역이 풍요로운 사회 구축의 원동력이라고 확신한다. 그림을 포함한 예술 세계가 이상적인 삶을 향유하는 활력소가 된다고 믿는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화폭에 담긴 심오한 창의성과 심미적 가치를 소유하고 가깝게 즐겨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서율 청담갤러리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