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공(魯의 27대 군주)이 공자에게 물었다. “나는 줄곧 후궁에서 자랐기에 비애와 근심과 두려움과 위험을 모르오.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소이다.” 이에 공자가 답했다. “종묘에 들어가 사당에 오르면 어찌 비애를 느끼지 못하겠습니까? 날이 밝자마자 조정에 나오면 꼬여 있는 문제가 있으니 어찌 근심을 모르겠습니까? 나라의 변경으로 나가 폐허가 된 집들을 보셨다면 어찌 두려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왕은 배와 같고 민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이치를 생각하면 어찌 위험을 헤아리지 않겠습니까?”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2016년에는 근대 이후 최고로 혼란을 초래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주권은 民'에 있으며 그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해가 되었다.
①인간과 인공지능(AI) 간 세기의 대국이 열렸다.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냈다. 바둑은 사람의 영역이었으나, 알파고는 뛰어난 기력을 과시하며 4대1로 압승했다. ②제20대 총선은 16년 만에 '與小野大' 국회를 출범시켰다.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은 38석. '3당'의 협치를 기대했으나, 내년도 대선 경쟁으로 대립하는 구태정치가 여전하였다. ③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9.12). 이는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한강토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규모다. ④당·정·군의 정점에 선 김정은 위원장은 두 차례 단행한 핵실험과 스물넷 차례에 걸친 탄도 미사일 발사로 핵무기 배치에 성큼 다가섬으로써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대결에서 승리한 결과를 이끌었다. 남한은 남북 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였다. 8월에는 현재 강남구에서 국회의원을 하는 태영호가 탈북하였다.
⑤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9.28). 이 법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문제가 대두하면서 본회의를 통과했다. 적용 대상은 중앙행정기관·법원·국회·공공기관·학교·언론사 등 4만여 개에 이른다. ⑥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벌어졌다. 경북 성주로 부지가 낙점되자 군민들의 저항이 거셌다. 또한 중국은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판단하여 禁韓令(금한령)을 내렸다. ⑦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은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박근혜 퇴진'이라는 旗幟(기치)를 걸고 촛불집회에 참여하였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하였다. 평화를 지향한 집회는 '시민혁명'으로 평가하는 근거가 되었다. ⑧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과 대기업 뇌물 의혹 등 사건이 불거지면서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12.9). 같은 날 오후 7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었고, 국무총리(황교안)가 권한대행을 맡았다.
舟 주 [배 / 쟁반 / 옮기다]
①舟(주)는 돛이 없고 선체가 휘어져 있는 작은 거룻배를 본떴다. 또한 술잔을 받치는 쟁반이나 술을 치는 그릇을 뜻하기도 한다. ②한자에서는 형태상 月(월)을 배(舟)의 뜻으로 쓰기도 한다. ③輸(실을 수)에서 '月'은 물건을 실어 나르는 배(舟)이며, 朝(조)에 쓴 '月' 역시 배(舟)를 의미한다. 배를 타고 강을 차지하여 朝廷(조정)을 세운 것이다.
君舟民水(군주민수) 왕은 배와 같고 민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절차가 탄핵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주권의 具現(구현)이다. 참고로 군주민수를 중국에서는 載舟覆舟(재주복주)라고 많이 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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