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의 한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던 50대 여성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중부고용노동청이 근로 감독을 벌인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서에서 “대표가 몰래 대화를 녹음하고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일을 못 하게 한다고 협박했고, 근무 중 다친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산재 문의를 해서 관련 절차를 안내하자 회사에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중부고용청의 근로 감독 조사에서 피해자 주장한 내용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중부고용청의 판단으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이 근절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단체에서 괴롭힘으로 종사자가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 것은 우리 노동 현장의 인권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도록 근로기준법 개정되었음에도 직장 내 괴롭힘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 보듯 대규모 사업장보다는 중소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

지난해 직장갑질119가 밝힌 자료를 보면, 근로기준법 제76조2항인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16일부터 2023년 6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2만8731건이다. 그러나 이 중 권리구제가 이뤄진 것은 4168건(14.5%)에 그쳤다. 권리구제가 이뤄진 사건 가운데, 검찰 송치(513건 1.7%), 과태료 부과(401건 1.3%) 순이었다. 송치 사건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것은 211건으로 전체의 0.7%였다. 즉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도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설령 괴롭힘으로 인정받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중부고용청은 이 장애인단체 대표에게 과태료(500만원 이하)를 부과할 예정인데, 피해자가 사망한 위중성을 놓고 보면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 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인가 취소와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지정 철회 등 강도 높은 조처가 있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