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업박물관 '남겨진, 남겨질'展

개관 1주년 기념 기획전 총 3부 기획
제언사 관문 최초 공개…호미 등 전시
석수 기록 '작업일지'·도구 등 선보여
▲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제2회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 전시 현장 모습.

척박한 땅을 개척하고 물을 끌어오며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온 농업은 불리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농경을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해온 역사, 그 자체다.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이 담긴 농업의 역사는 비옥한 터전을 이어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살아있는 유산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중이다.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제2회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은 모두 3부로 기획돼,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간직한 채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농업의 유구한 가치를 다루고 있다. 개척의 대장정 속에서 수 세대에 걸쳐 완성된 농경문화 산물을 집중 조명한다.

▲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제2회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 전시 현장 모습.

1부 '도전의 시작'에서는 농업에 불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온 선조들의 땀과 지혜를 소개하며, 어떻게든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끊임없이 도전해온 흔적을 보여준다.

부족한 농토, 바위와 돌이 많은 척박한 땅, 마실 물조차 없을 정도의 가뭄과 거센 바람 속에서 제각각의 환경에 맞춘 농기구의 변형, 제방 개·증축은 농사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된 '제언사(조선시대 수리 시설을 담당하던 관청)' 관문에도 1884년 경상도 관찰사에게 수리 시설 관리를 지시하는 내용이 2m에 달하는 문서에 상세히 담겨있으며, 사시사철 강한 바람이 부는 제주의 환경에 맞춰 발전한 농기구 '남태', '호미', '따비' 등도 전시 중이다.

▲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제2회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 전시 현장 모습.
▲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제2회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 전시 현장 모습.

2부 '땅, 물, 바람 그리고 사람'에서는 수 세기에 걸친 농경활동으로 형성되고 진화해 보전, 전승할만한 전통 농업 시스템 및 산물을 기리키는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소개한다.

지난 2013년부터 지정이 시작된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돌이 많고 물 빠짐이 심한 척박한 땅을 일궈낸 전남 청산도의 '구들장 논'을 포함해, 비가 귀한 땅에서 농업을 일으켜 온 경북 의성의 '전통 수리 농업', 거센 바람을 걸러낸 제주도의 '밭담 농업' 등 현재까지 총 18개소가 지정돼 있다.

▲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제2회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 전시 현장 모습.

제주에서 밭담을 쌓아온 안기남 돌챙이(석수)가 평생 기록한 '작업일지'와 홍의백 돌챙이의 50년 손때 묻은 '작업 도구'는 물론,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리 공동 조직 '몽리계'의 관리대장과 풍년 기원 행사에 쓰인 '축문'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제2회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 전시 현장 모습.

3부 '공존의 시작'은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담은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며 농업 유산의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는 체험존으로 마련됐다.

특히 제주 조약돌 모양의 빈 백에 누워 대형 스크린 속에 담긴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경험은 지친 일상 속 선물 같은 휴식을 선사한다.

제1회 기획전에서 사용됐던 구조물, 가구, 연출물 등을 재활용하며 기후위기 속 '남겨질' 농업이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도 시사하고 있는 이번 기획전은 오는 3월 3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