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필 '2024 정기연주회'

홍석원, 브루크너로 포문 열어
최수열, 브람스 교향곡 연주
송유진, 우수젖은 선율 감성

이승원, 비올라로 바그너 지휘
서진, 멘델스존 심포니의 정수
김건,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 부천필 단체 사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2024년 정기연주회 테마는 ‘지휘자와 작곡가’다. 홍석원, 최수열, 아드리앙 페뤼숑, 송유진, 이승원, 서진, 김건, 세바스티앙 랑-레싱, 마르틴 덴디벨, 가렛 키스트 10명의 지휘자가 한 해 동안 저마다의 위대한 작곡가를 조명한다.

▲홍석원

▲홍석원과 브루크너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홍석원은 탄생 200주년 기념을 맞은 브루크너를 선택했다. 그가 지휘할 작품은 교향곡 제6번이다. 우리가 브루크너에게서 기대하는 무게감을 기분 좋게 배반하는 이 곡은 맑고 상쾌하며 상상력이 풍부한 표현들로 가득하다. 브루크너의 가장 유명한 작품도, 연주회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도 아니지만 그렇기에 가치가 있다. 오페라, 발레, 현대음악을 폭넓게 오가는 젊은 명장이 마음을 기울인 이유다. 콘체르토(독주 악기와 관현악이 합주하면서 독주 악기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하도록 작곡한 소나타 형식의 악곡)는 모차르트의 밝고 경쾌한 클라리넷 협주곡(김상윤 협연)을 준비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기에 탁월하다.

▲최수열

▲최수열과 브람스

최수열은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을 연주한다. 브람스가 오스트리아 남부에서 휴양하며 작곡한 전원 교향곡이다. 매사 진중하고 심각했던 브람스와 어울리지 않는 사랑스러움은 자못 위트 있기까지 하다. 그런 점이 늘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탐색하는 챌린저 최수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반부엔 찰스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과 풀랑크의 오르간 협주곡(신동일 협연)을 배치한 프로그래밍으로 낭만주의부터 현대음악까지 고루 들을 수 있다.

▲송유진

▲송유진과 차이콥스키

송유진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을 택했다. 차이콥스키가 파경의 아픔을 겪고 도피성 여행을 떠난 중 작곡한 이 작품은 그의 심리만큼 드라마틱하게 요동치며 인간의 고독과 운명을 그리고 있다. 불같은 열정과 순수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지휘자 송유진은 이러한 차이콥스키의 애상을 보듬는다. 앞서 연주될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박수예 협연)은 우수에 젖은 선율로 먼저 우리의 감성을 말랑하게 적신다.

▲이승원

▲이승원과 슈베르트

최근 젊은 지휘자 사이에서도 훌쩍 도약한 이를 꼽는다면 이승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새로운 세대가 해석하는 고전파 슈베르트란 어떨까. 또 바그너의 '사랑의 죽음'은 물론, 직접 비올라를 연주하는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윤은솔 협연)까지 진심 어린 음악에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가 그려진다.

▲서진

▲서진과 멘델스존

서진은 멘델스존을 뽑아들었다. 교향곡 제5번은 우아하고 투명하게 쌓아 올린 선율과 짜임새 있는 대위법으로 심포니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테크닉적 섬세함, 물러서지 않는 집요함. 꼼꼼하게 오케스트라를 살피는 그가 떠오르는 프로그램 선정이다.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 서곡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7번(정규빈 협연)도 그가 조형한 관현악의 밤에 반짝임을 더한다.

▲김건

▲김건과 시벨리우스

시벨리우스는 김건이 꾸준히 조명하고 있는 작곡가다.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창원시향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를 수행하고 있는 김건에겐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부천필과 선보일 시벨리우스는 그가 남긴 최초의 교향곡이자 기념비적 작품인 제1번이다. 이 곡에 영향을 끼친 후기 낭만파 음악의 대표주자,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과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최송하 협연)이 낭만적 음악 듣기의 길로 우리를 미리 안내한다.

 

▲해외 지휘자와 협업

국립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세바스티앙 랑-레싱은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이야기한다. 벨기에 출신의 마르틴 덴디벨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를 첫 시도한다. 가렛 키스트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으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아드리앙 페뤼숑은 드뷔시의 '바다'를 선보인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