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국가 폭력 피해자…경기도민만 보상 해주면 어쩌나

보상 문제 '지역간 형평성' 대두
도, 피해자에 작년 사과·대책 발표
'500만원 위로금·월 20만원 지원'
도민만 지급…타지에선 못 받아
기록없어 신청조차 못 한 사람도
진화위 '지원 특별법 제정' 목소리
▲ 지난해 10월 김동연 경기지사가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 사건 관련 유해 매장 추정지를 찾아 넋을 기리고 있다. 사진은 김 지사와 피해자들이 같이 있는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가 최대 5000여명에 달하는 선감학원 사건의 피해자 중 도민만을 품으면서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극심해지고 있다.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거주 중인 피해자들은 일제에 이어 정부의 폭력을 똑같이 당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특별법을 마련해야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데, 정부는 국회에서 법안을 마련하면 검토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경기도, 도민 피해자만 한정 지원

27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진실·화해과거사정리를위한위원회가 지난해 10월20일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정부와 경기도의 책임을 묻는 진실규명을 하자 도는 그 날 즉시 공식 사과했다. 도는 피해자들에 대한 종합대책도 발표했다.

도는 이 종합대책에 근거해 올해부터 피해자들에게 500만원의 위로금, 월 2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이 경기도의료원을 이용할 경우 연 500만원의 한도 내에서 의료서비스를, 경기지역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연 200만원의 한도 내에 의료실비도 지원했다. 다만 도는 주민등록상 경기도에 거주하는 피해자로 대상을 한정했다. 도는 모든 피해자에게 가해 기관인데 다른 지역의 피해자들을 외면한 셈이다. 도는 부족한 재정상 일단 지역에서 거주하는 피해자들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는 상황이다. 진화위가 2020년 6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전국에 있는 피해자를 집계한 결과 전체 229명으로 이 중 85명이 경기지역에서 거주했다.

도가 올해부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고 나선 3월에 123명으로 늘더니 6월 159명, 9월 180명, 12월 194명으로 늘었다.

당시 진화위의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아직 30여명이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다. 1952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선감학원에 입소했던 이일성(82)씨처럼 진화위에 신청조차 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여명보다 더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박세원(민주당·화성3) 도의원이 기초생활수급권자도 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한 조례안이 지난 18일 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되면서 형평성 문제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을 지원하려면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인천일보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경기도 외에 해당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앞서 경기연구원은 이러한 사태를 우려해 2020년 11월 선감학원사건 피해사례 조사·분석 보고서에서 “피해자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어 경기도만이 역사적이고 전국적인 인권침해사건을 전담해 대응하기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기도는 피해자들의 거주 지역 지방자치단체와의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를 협조해 피해자들에 대한 지역별 복지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선 우리 지역에 있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이후 확대해야 한다”며 “다른 지역과 공조를 하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 다만 지원금 지급 사업에 대한 신청자가 늘고 있어서 진화위가 집계한 220여명이 전국에 있다는 부분을 기준으로 삼아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국회, 법안 발의돼야 검토 가능”

피해자들 사이에선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경기도가 다른 지역을 지원하기엔 행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경기도가 이처럼 전국의 피해자들에게 지원할 수 없다면 정부가 빨리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화위도 지난해 10월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할 때 행정안전부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행안부는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손 놓고 있다. 현재 행안부는 피해자 지원 외에 추가조사도 국회의 몫이라며 떠넘기고 있다. 이밖에 행안부는 유해 발굴과 추모 공간 마련,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 등 모두 검토 중이라며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과거사 피해자들을 보상해야 하는 문제는 선감학원만이 아니라 다른 사안들도 같이 봐야 하는 문제”라며 “행정적으로 접근하는 게 쉽지 않은데 국회에서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선감학원 진실규명' 무엇을 남겼나] 하. 같은 피해자 4인의 목소리 '지상 좌담회'

/최인규·정해림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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