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남춘 경기본사 정경부 정치행정팀 차장<br>
▲ 최남춘 경기본사 문화체육부장

경기도를 대표할 '아트페어(Art Fair)'는 무엇이냐는 의문은 지역 문화계 종사자와 나눈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잘 만든' 미술관은 도시의 문화지형과 미래를 바꾸는 발신지로 떠오른 상황에서 미술 도시의 또 다른 콘텐츠인 아트페어가 가진 힘을 설명했다.

여기에는 경기도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겼다. 우리나라 예술인사 절반이 모여있는 경기도에서 정작 이를 대표할 '아트페어'가 없다는 것. 기초자치단체별로 이름만 바뀐 채 산별적으로 열릴 뿐이다. 가뜩이나 서울과 인접해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할 콘텐츠가 없어 유명 화랑이나 작가들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그나마 경기문화재단이 '아트경기(경기미술품활성화사업)'라는 명칭으로 지역 예술가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과 건강한 미술시장을 지원하고 올해에도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시각예술 분야 작가 60인을 선정, 경기도 내외 오프라인부터 온라인까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규모가 작고 인지도를 쌓지 못해 결국 다른 광역지자체인 서울, 대구, 부산 등에서 열리는 페어에 참가할 뿐이다.

지금은 아트페어가 넘쳐나는 시대다. 우리나라에만 얼추 100개의 아트페어가 있다. 이 정도면 '아트페어 공화국'이라 해도 무방하다.

18세기 이후 본격화된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거래하는 장(場)이다. 자본주의 경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예술작품 판매를 통한 수익을 창출한다. 일부 예술인사는 이를 비판한다. 아트페어로 인해 유행에 몰입하는 작품들이 부지기수로 생산되는 현상과 이윤 추구에 부응하는 투자가치에 따라 예술작품이 재단되는 오늘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부정적 인식이 있는 자본주의적 속성은 숨긴 채 예술적 권위를 내세운다는 비판도 있다. 혁신성을 흉내 내거나 시장성 확보 수단으로 삼고자 유명 인사들을 동원하고 미술평론가처럼 상업적인 활동과 연계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포장한다고는 지적이다.

물론 이들도 페어를 통해 예술문화를 홍보하고,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공감한다. 게다가 국경 없는 문화경험을 하고 예술계의 동향 및 추세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인정한다. 예술 관계자들 간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독립적 예술문화의 일부인 점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예술의 진리에 대해 정의하거나 진정성에 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이럴 때일수록 우린 아트페어의 속성을 진지하게 헤아릴 필요가 있다. 아트페어 시장은 단순 미술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문화발신지, 거점지 역할로 바뀌고 있어서다.

아트페어는 철저히 상업적인 공간으로 미술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과연 비판받을 일인가? 아직도 우리 사회는 춥고 배고픈 가운데 예술이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도 많은 예술인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소식을 종종 듣곤 한다. 오죽하면 힘들지만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며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으로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걸 돕기 위해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했다. 경기도도 예술을 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재로 인식하는 첫 시도로 '예술인 기회소득'을 추진했다.

후기 인상파 화가 반 고흐(1853 ~1890)는 자신의 유명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에'가 팔리지 않자 “아무 의미 없다”고 했다. 이제는 예술도 밥 먹고 살 정도는 된다는 인식이 남아야 공공재인 예술이 유지되는 상황에 부닥쳐졌다. 다시 의문을 바꿔서 '아트페어'를 넘어 경기도를 대표할 '문화와 예술'은 무엇인가? 경기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여전히 예산 우선 순위, 재정자립도 등을 이유로 적당한 예산안을 예술계에만 던져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최남춘 경기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