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크루즈, 상권 매출 30% ↑
인천 크루즈, 3월 재개도 '썰렁'

선사들 도심 접근성 떨어져 외면
인천항 터미널 주변 식당도 없어
관광公 “주요 상품 적극적 홍보”

해양수산부 크루즈 기항지 관광객 입항 현황을 보면 2016년 195만3777명이던 국내 크루즈 관광객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을 거치며 2018년 20만1589명으로 불과 2년 만에 89.7% 급감한다. 같은 기간 인천 크루즈 관광객 역시 16만5088명에서 2만2150명으로 86.6% 쪼그라들었다. 사드 사태 전까지 우리나라를 찾는 크루즈 관광객 중 9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인천은 2016년 한 해 크루즈 관광객 중 92%가 중국인이었을 정도다. 지난 10일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이 6년여 만에 풀리고 얼마 뒤 제주에는 중국발 크루즈선 기항 예약이 몰리면서 제주항과 강정항에는 내년 3월까지 기항 신청이 마감됐다. 인천항에선 아직 이렇다 할 중국 크루즈 유치 소식은 없지만, 제주 경우를 보면 크루즈를 타고 중국인 관광객이 인천항에 내릴 날이 머지않았다. 문제는 국내 크루즈 시장에서 거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커'들이 인천에 얼마나 머물겠냐는 점이다. 중국 단체관광 허용으로 인천항에 크루즈 유치 실적이 급상승한다고 해도, 인천 관광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일부 항만 업계만 좋은 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엔데믹 이후 지난 3월 재개된 인천항 크루즈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하선한 관광객들이 인천보다 서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루즈를 통해 다시 인천에 올 유커가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냐 아니냐를 예측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장면이다.

지난 3월 19일 인천 중구 인천항 내항에 입항한 크루즈선 유로파(Europa)2호에서 관광객들이 하선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크루즈로 지역 상권 살아난 부산. 인천은 조금 상황 달라

부산항에 국제 크루즈선 입항이 재개되면서 관광객 영향으로 크루즈선 터미널이 위치한 인근 지역의 상권 일 매출이 최대 30% 늘었다는 금융권 분석은 같은 항구 도시인 인천 입장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BC카드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부산에 정박한 크루즈선 입항일(총 51일·63척) 기간 동안 부산 시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카드 매출액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크루즈선 터미널 근처 외국인 매출이 많게는 30% 가까이 늘어났다.

항구 소재 지역구와 크루즈선 터미널 인근 지역구의 일평균 매출을 100으로 설정하고 크루즈선이 입항한 때 매출지수를 산출한 결과 부산진구의 매출지수는 129.4로 평상시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더해 동구(104.5), 영도구(106.0), 중구(110.7), 사상구(115.9) 등에서도 크루즈선 입항일 매출액이 평상시보다 많았다. 특히 크루즈선 체류 시간은 상권 매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게 BC카드 설명이다.

이처럼 부산에서 크루즈 유치가 곧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크루즈 터미널의 도심 접근성이다. 2006년 영도구청과 직선거리로 1.5㎞ 거리에 크루즈 터미널이 건설되면서 원도심 중심으로 일정을 설정하기 좋은 환경을 완성했다.

두 번째는 바다를 핵심 가치로 두고 자리한 풍부한 관광자원이다.

코로나19 전까지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 등 글로벌 선사 4곳에서 진행하는 기항지 관광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부산에선 모두 39개가 운영됐다.

근처 경주를 제외하면 모두 부산 내부에서 진행되는 관광프로그램이다. 터미널 바로 옆 태종대나 해동용궁사,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등 부산 원도심이 지닌 관광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7년 지어진 속초국제크루즈터미널은 반경 1km 내 속초시청,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속초항 등 지역 행정과 교통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도심 접근성 때문에 아바이순대타운과 영랑호 등 원도심 관광 가치와 자연스럽게 연계가 가능했다.

지난 3월 19일 인천항에 도착한 독일 하팍로이드의 4만3000t급 크루즈 유로파(Europa) 2호 모습. /사진=인천항만공사

#송도 내 크루즈 전용 터미널 두고 내항으로

지난 3월부터 인천항에 크루즈가 재개된 뒤에도 국내 최대 규모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여전히 썰렁한 모습이다.

올해 들어 이곳을 이용한 크루즈는 지난 4월 2차례 입항한 독일 튜이의 마인쉬프5호(9만9000t급)가 유일할 정도로 선사들 외면을 받고 있다.

2019년 4월 문을 연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개장 첫해 4척을 유치한 뒤 코로나19 사태로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올해 4월 운영을 재개했다.

업계에선 크루즈 선사들이 도심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전용 터미널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월미도,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강화도 그리고 연안부두, 소래포구 등 인천 관광 핵심 콘텐츠들이 내항 쪽에 자리한 상황에서 송도국제도시 서쪽 끝에 있는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도심 접근성이 비교적 떨어지는 셈이다. 크루즈 기항은 보통 8시간부터 길어야 24시간 이내로 체류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업계에선 신속한 이동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더군다나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 주변에는 아직 이렇다 할 식당 하나 없기 때문에 송도 내부에서 독자 상품을 구성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인천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을 조성한 주요 이유는 대형 선박 접안 환경 마련이었다. 20만t급 크루즈를 유치할 수 있는 터미널은 전 세계적으로도 몇 곳 안 된다. 출입국 수속 절차도 대형화돼 그 덕분에 실제로 초대형 크루즈선을 유치할 수 있었다”며 “전용 터미널과 원도심을 잇는 획기적인 교통편을 구축하고 인천의 랜드마크인 송도를 활용한 일정도 구상해야 한다”고 전했다.

▲ 지난 4월 7일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에 튜이크루즈(Tui Cruise)사의 크루즈선 마인 쉬프5호(Mein Schiff5)가 접안한 가운데 관계자들이 입항 기념 사진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 지난 4월 7일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에 튜이크루즈(Tui Cruise)사의 크루즈선 마인 쉬프5호(Mein Schiff5)가 접안한 가운데 관계자들이 입항 기념 사진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 인천만의 묘수 있을까

지난 3월 19일 독일 하팍로이드사의 대형 크루즈 '유로파 2호'가 인천 내항에 입항했다.

승객 500여명과 승무원 300여명을 태운 유로파2호는 홍콩에서 출발해 일본 오키나와, 나가사키, 부산을 거쳐 인천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여파로 크루즈선의 입항이 중단된 지 3년 만에 들려온 소식에 지역은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작 하선한 승객들의 다수는 인천이 아닌 서울을 관광지로 택했다.

인천에 머무는 동안 총 9대의 여행사 버스가 움직였는데, 이 중 8대는 서울로 승객들을 태워 날랐다.

인천 관광을 위해 움직인 버스는 단 1대에 그쳤다.

현재 운영 중인 인천 기항지 관광상품은 크게 4시간(개항장·월미도), 5시간(송도), 6시간(개항장+송도), 8.5시간(강화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적인 관광 코스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월미전통공원, 차이나타운, 신포시장 등이다.

계속되는 관광객들의 서울행에 인천관광공사는 공략 대상을 바꾸기로 했다. 타지역으로 관광을 떠나는 승객과 달리, 시간적 제약 등의 이유로 기항지에서의 관광·쇼핑이 많은 승무원을 주타깃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실제 크루즈 관광객 중 인천에서 지갑을 더 여는 쪽은 승객보다 기항지 체류시간이 긴 승무원”이라며 “이들이 편리하게 주요 관광지와 쇼핑시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지역 전통시장 등 주요 관광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한 '플라이 앤 크루즈(Fly&Cruise)' 상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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