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무하고 몰아서 쉴 수 있다는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근간으로 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입법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확정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1주일 최대 근무 시간을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에서 69시간까지 허용하되 늘어난 근로시간만큼 차후 단축근무와 장기휴가 등 상응하는 보상을 준다는 내용이다. 경영계와 노동계, 시민단체는 상반된 의견이다. 경총,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등은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점”이라고 평가했고 한국노총, 민주노총, 경실련 등은 “과로사로 내모는 개편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은 '주 최대 52시간 근로'의 경직성을 해소하면서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 보장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한 것은 노동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방점을 둔 경직된 규제로 경제계에서는 업무 효율성과 근로시간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근로자인 2030세대도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휴식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선택권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악용될 여지가 있는 근로시간을 법으로 대폭 늘리는 것은 '과로를 권하는 사회'로 후퇴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19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평균 1716시간보다 199시간 많고 멕시코·코스타리카·콜롬비아·칠레에 이어 다섯 번째로 길다. 과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 트랜드와 국가적으로 취업, 결혼, 출산율 제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히, 주 64시간 근무할 때는 연속 휴식 조건조차 없어, 극단적으로는 이틀 이상 연속 근무가 허용되는 등의 제도 보완없이 편법, 악용 사례를 단속으로 방지하겠다는 것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다. 정부가 입법과정에서 여당과 경영계뿐만 아니라 야당, 노동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는 이유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