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1월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당의 후보자들을 초청한 관훈클럽 토론회가 열렸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넥타이 부대까지 거리로 나왔다는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접선거가 현실화되었고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를 상대로 한 토론회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의 사회부장으로 파란만장한 전환기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를 취재하고 보도했던 것은 지금도 언론인으로서 참된 보람으로 느낀다.

▶그해 11월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는 민주당의 김영삼 후보가 참석했다. 김 후보는 토론이 시작되기 전 기조연설을 통해서 “토론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나에게 능력과 힘을 달라는 기도를 하면서 왔다”고 전제하면서 “관훈클럽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4명의 후보들을 차례로 초청하여 솔직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영삼 후보 특유의 친화력과 화술로 원만하게 진행되던 토론회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남북관계와 국제문제로 바뀌면서 문제가 생겼다. 한반도를 비핵지대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공약에 대해서 전술핵(戰術核)도 포함되느냐는 패널리스트의 질문에 김 후보는 “원자로 말입니까”라고 묻자 방청석에서는 폭소가 터졌고 패널리스트는 다시 “전술핵, 핵무기 말입니다”라고 했으나 김 후보는 동문서답을 계속했다. 전술핵이라는 개념을 대통령 후보가 몰랐다는 것이 판명 난 후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를 검증한다는 명목으로 후보의 정견이나 정책보다는 지엽적인 질문이 계속되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7년 1월에는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직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귀국한 반기문 총장을 초청한 관훈토론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이어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하여 “국민들에게 벅찬 희망을 돌려드리기 위해 온몸을 던지기로 했다”는 말을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마련된 토론회였다. 그러나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를 현장에서 듣고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10년간 유엔의 수장을 지낸 인물에게 국제문제의 현안이나 인류가 지켜야 할 가치관 그리고 반 총장 스스로 자부하는 업적에 대한 질문은 단 한 번도 없었다.

▶60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인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지엽적인 것들이어서 아쉽다. 주요 언론사에서도 후보들을 검증한다는 명분으로 가족이나 비공식 발언에서의 말꼬리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급급하다. 후보들의 국가관이나 세계관 특히 남북문제나 한미동맹 그리고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다. 토론회에서도 상대방의 실수나 지엽적인 질문들이 계속되고 있어 정말 답답하다.

 

/신용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