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함 이름 딴 '송도' 지명 바로잡아야
▲ 바다에서 새(鳥)들이 날개를 접어 쉬는 곳(山)이 섬(島)이다. /그림=소헌

인천문화에 대하여 훤히 꿰뚫고 있거나 나름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인천과 연관된 4자성어 문제를 내곤 한다. “三鶴六松(3학6송)을 아시나요?” “학 세 마리와 소나무 여섯 그루라...” 대부분 직역은 쉽게 하는데, 정답과는 거리가 있었다. 최근에 깜짝 놀랄만한 답을 낸 친구가 있다. “인천은 두루미(鶴)의 고장으로서 문학동(文鶴), 선학동(仙鶴), 학익동(鶴翼) 세 곳을 가리키며, 소나무(松)를 상호로 쓰는 강화읍·덕교동·장수동·서창동·옥련동·청천동에 있는 여섯 곳의 식당을 말한다.” 정답은 “3번 버스는 학익동(鶴)으로 가고, 6번 버스는 송도(松)로 간다.”

지명을 바꾸는 것은 한 나라의 역사를 말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을사늑약 이후 일제는 행정구역 폐합정리를 실시한다(1913~1914). 이때 군 이름 97개, 면 이름 1834개, 리·동 이름 3만4233개가 사라지고 1만1000여 개 지명이 생겨난다. 이러한 창지개명創地改名은 한민족의 뿌리를 뽑아냄으로써 식민통치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일제는 목포·청진·부산·인천·포항 등에 마쓰시마(松島)라는 이름을 남겼다. 그중에서 인천 송도는 ‘국제도시’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옳지 않은 처사다. ‘송도’는 처음부터 섬이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松島’는 일본 지명을 따온 것이며, 2차대전에서 사용한 일본 전함의 이름이기도 하다. 1936년 인천부는 행정구역을 확장하면서 지명을 송도정松島町으로 바꿨고 ‘송도역’으로 이름 지었다. 다행히 1946년 인천시 정명개정위원회는 송도정을 옥련동으로 되찾아 놓았다. 그러나 일제의 쓰레기가 부활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대단위 매립공사가 시작되면서 임시로 붙인 ‘松島’를 2005년에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당시 연수구는 ‘행정변경 이행에 따른 비용 발생’을 빌미로 삼았다. 하지만 뜻있는 이들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는 것이며 식민역사의 진행형’이라고 외치고 있다.

동죽서송(東竹西松) 동쪽은 다케시마(竹島) 서쪽은 송도(松島). 지난 16일 일본은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삼아 한·미·일 외교차관회의 후 기자회견에 불참하였다. 그들은 2015년 모든 역사교과서에 ‘다케시마(竹島.독도)는​ 일본 땅, 한국이 불법점거 중’이라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도 여전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간척으로 만든 땅에 일제를 상징하는 이름(松島)으로 쓰는 것은 그들의 쇠말뚝 정책을 완성시켜 주는 매국행위다.

 

島 도 [섬]

①섬(島)은 주위가 수역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육지다. ②島(도)는 鳥(조)와 같이 쓰며 ​바다에서 새들이 날개를 접어 쉬는 곳(山)을 말한다. 한 글자로 풀어쓰면 嶋/㠀/嶌(섬 도)다. ③크고 작은 섬들을 島嶼(도서)라고 한다. ④의병장 申乭石(신돌석)과 바둑기사 李世乭(이세돌)이 있으며, 島(도) 아래에 山(산) 대신 乙(을)을 쓰면 ‘독도(돌섬) 돌’이 된다.

일본 땅 마쓰시마(松島)는 우리 땅에서 송도(松島)로 변이하면서 능허, 독바위, 옥골, 한나루 등 역사가 담긴 이름들을 삼켜버렸다. 韓日은 현재 ‘지명전쟁’을 치르고 있다. 동해와 일본해, 독도와 다께시마. 여기에 ‘松島’도 빠지지 않는다. 부산에서도 ‘송도유원지’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일제의 찌꺼기를 쓸어버리고 지명을 바로 잡아야 한다. 조선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는 말했다.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나는 다시 돌아온다.” I will be back? 네놈이 터미네이터야?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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