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코로나로 연기되어 2021년에 2020 타이틀을 걸고 열려 자막을 볼 때마다 오타인가 싶던 유례없는 올림픽이었다. 코로나와 후쿠시마 농산물에 대한 걱정 말고도 여느 때와는 다른 화제와 다른 쟁점이 많이 떠올랐다. 우선 우리는 몇 위고 금메달이 몇 개라는 식의 화제와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 메달의 색보다는 흘린 땀에 갈채를 보내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어 기꺼웠다. 쿨한 선수들에 대한 쿨한 국민들의 화답이 멋졌다.

이번 올림픽의 화두는 여성이기도 했다. 편해서 선택했다는 선수의 '숏컷'을 두고 여성스럽지 않다며 혐오의 공격을 퍼붓는 몰지각한 이들과 소위 '이대남'의 인기를 얻고자 거기에 불을 지른 정치권의 유치한 대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따낸 세 개의 메달은 정말 빛이 났다. 또 모두의 관심을 모았지만 막상 축구, 야구 중계에 밀려 공중파에서 볼 수 없었고 승리한 후에야 재방송으로 반복되었던 여자배구 중계는 평소 보지 않던 스포츠채널을 보게 하는 흡인력을 과시했다.

이 둘은 또 일하는 여성의 유니폼에 대한 논쟁과 운동경기에서도 만연한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켰다. 일하는 여성은 '여성다움'을 과시하는 꾸밈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편한 옷과 머리 모양을 할 권리가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비키니 대신 편안한 유니폼을 선택했다가 제재를 받은 노르웨이 비치발리볼 선수들의 예와 직장에서 '꾸밈노동'을 강요받고 스마일을 강요받는 여성노동자들의 일상과 숏컷에 대한 공격은 닿아있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는 성별차이가 차별로 되는 것을 고착화하려는 못된 의도와 닿아있다. 또 남자리그에는 없는 샐러리캡 때문에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한 김연경의 예처럼 대부분의 프로체육에서 여성의 연봉, 상금, 대접은 남자 선수보다 많이 낮다. 인기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격차가 심하고 심지어 더 인기있는 경우에도 그렇다. 이것은 시장임금이라는 이름으로 낮은 임금이 형성된 임금 격차를 당연시하는 현재의 노동시장의 논리와 닿아있다.

이와 함께 해군에서 성추행과 2차가해로 직업과 꿈, 인격을 공격당한 청년 여성인 직업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는 그 일이 일어난 곳이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부대라서 더 마음이 아프다. 신입도 아니고 11년차의 베테랑조차 견디지 못하게 하는 군대라는 차단된 섬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방관하고 확산하는 일이 육해공 모든 군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차별, 군과 민간, 남성과 여성의 갈라치기를 해결하는 일이 더뎌질수록 이런 비극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차별받기 싫으면 여자도 군대 가라'는 무책임하며 무지한 대선주자들에게 묻는다. '이대남'이라는 혐오의 언어가 수치스럽다는 대부분의 20∼30대 남성들과 청년여성을 갈라치기하는 세력은 바로 당신들이 아닌가. 소상공인과 노동자라는 동전의 양면인 두 존재를 갈라치기하는 이 또한 바로 당신이 아닌가. 어떤 이의 노동이든 소중하다. 노동없이 사회는 굴러가지 않는다. 소중한 노동,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지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