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맞이하는 건 '입양'…동물은 '포양'
▲ 어머니가 손( )으로 배 속 태아를 감싸 안은(包) 모습에서 抱(포)가 왔다. /그림=소헌
▲ 어머니가 손( )으로 배 속 태아를 감싸 안은(包) 모습에서 抱(포)가 왔다. /그림=소헌

어린 ‘조슈아’는 동네 가게에 붙어 있는 종이 한 장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유대인과 개 출입금지’. 아버지 ‘귀도’ 역시 불쾌했지만 이렇게 말한다. “아들, 뭐 이런 거로 기분 나쁘고 그래? 저기 위에 있는 철물점은 스페인 사람과 말을 못 들어오게 한단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中.

 

우리는 돼지나 개를 제 살붙이처럼 여겼다. ‘집’을 뜻하는 家/_(가)를 만들어 쓴 것을 보면 금방 안다. 돼지(豕시)와 개(犬견)를 안에 들였다. 그러다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어찌어찌하여 돼지는 식용으로 굳어지고 그 자리를 고양이가 차지하게 되었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아무리 좋아도 개가 살아서 식탁에 오르내리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는데, 그러한 환경에서도 개를 사람과 똑같은 가족(?)으로 삼으려는 ‘선구자’들이 있었다.

 

“우리 강아지, 할미가 곶감 줄까?” 이 정도로 부얼부얼한 어린 손주를 귀엽게 부르는 표현은 예사로운 일이었다. 어느 날 식당에서 보았다. 옆 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며느리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털복숭이 개를 왼편 가슴에 안고는 글쎄 숟가락으로 밥을 먹이는 것이다. 한쪽 상머리에는 머리카락이 허연 노인이 자리했다.

 

입양포양(入養抱養) 사람을 맞는 일은 입양이며 동물을 들이는 일은 포양이다. “저는 입양이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막 떨립니다.” 어릴 때 入養으로 가족을 맞은 분의 이야기다. _사람에게 쓰는 ‘입양’을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데려가 키우는 것도 입양이라 하니 상대적인 인격모독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입양(수양收養)은 ‘양자로 들어가거나 양자를 들이는 것’으로 양친養親과 양자養子가 법률적으로 친부모와 친자식이라는 관계를 맺는 신분 행위다. 그렇다면 어떤 말을 쓰는 것이 좋을까? 포양抱養을 제시한다.

 

抱 포 [안다 / 품다]

 

①_물건을 감싸는 包(쌀 포)는 _(쌀 포)와 巳(뱀 사)가 합쳐진 글자다. 巳(사)는 팔과 다리를 생략한 아이를 그린 것으로 包(포)는 자궁에 있는 태아를 뜻한다. ②抱(포)는 어머니가 손(_)으로 배(_) 속에 든 태아(_)를 감싸 안은 글자다. ③포양抱養은 동물을 가슴에 품은 모습이니 사람과 짝이 되어 살아가는 반려(伴侶)동물과도 통한다. ④개(_견)를 안은(包) 글자인 _(포)로 바꾸어 써도 좋겠다.

 

養 양 [기르다 / 봉양하다]

 

①갑골문에 보이는 養(양)의 처음 글자는 羊(양)과 양치는 막대기를 잡은 _(칠 복)자였다. 가축을 몰아 기른다는 의미로 표현했다. ②지금은 양(羊)에게 먹이(食밥 사)를 주는 모습으로 養(양)이 되었다. ③養(양)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거나 수양자식을 들이는 글자이며, 부모님께 귀한 양고기로 봉양奉養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養(양)을 간략하게 _(양)으로 쓴다.

 

지난해 10월 병원에 실려 온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의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결국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이 파열된 상태로 숨을 거두었다. 재판부는 양모養母인 장하영이 발로 밟은 것으로 보았고, 살인죄를 적용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 밖에서 성난 군중들은 ‘사형’을 요구했다. 이들에게 入養되지 않았더라면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받을 정인이. 구치소에서 편지를 쓴 그녀의 꼴이 볼만하다.

 

“(친딸에게) 성경 이야기는 스토리텔링 같이 영어로 읽어줘도 좋은데. 강아지 그림을 붙여주면 정인이 생각도 나게 될 테고. 굳건한 믿음 위에서 하나님 뜻을 믿겠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