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업 '국비 확보' 노력 임무
직원 1명만 있어 역할 못하거나
사업 홍보 못해 예산낭비인 곳도

수원은 직원 8명 서울서 근무
국회의원 등 찾아다니며 노력
올해 국비보조금 483억 늘려

경기지역 일부 지자체가 한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들여 운영하는 서울사무소(대외협력사무소)가 정작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국비 확보 등을 위해 서울에 사무소를 연 것인데 그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면서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수원, 화성, 용인, 안산, 이천, 양평, 남양주 등 7곳이 서울에 자체 대외협력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 사무소는 서울 여의도 등 국회나 정부기관이 위치한 곳에 들어서 있다. 이 두 기관을 수시로 찾아 지역 중점사업 국비확보와 같은 당위성을 피력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사무소 발령 받은 공무원은 출퇴근도 이곳으로 하고 있다. 시청이나 구청 등에 머무르면서 업무를 봐야하는 공무원 직책과 달리 외부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지역 현안 사업 홍보와 국비 확보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서울사무소 설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천시의 경우 지난해 7월 서울에 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국회 예결위에 시 사업과 관련된 2021년도 국비사업 건에 대해 의견을 낸 것이 전부다. 국회의원이나 국토교통부를 찾아 GTX 유치처럼 쟁점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지도 않았다. 이 기간 쓴 예산은 1000만원이다.

용인시도 지난해 11월 서울에 사무소를 만든 이후 입법지원과 동향관리를 하는 활동만 했다. 국비 확보가 필요한 용인기흥저수지 공원화 사업 등 관련 현안도 수두룩 하지만 직원은 1명에 불과하다.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사무소를 폐소한 지역도 있다. 포천시는 2010년부터 서울사무소를 운영해오다가 2018년부터 운영을 하지 않고있다. '예산 대비 필요성' 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지자체에선 이곳을 '한직'으로 취급하고 있다. 한 지자체는 2018년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정직 2월 처분을 받은 한 간부 직원을 서울사무소로 발령내기도 했다. 서울 사무소가 징계 받은 직원의 인사 이동 대상지로 전락한 셈이다.

반면 활동이 두드러지는 지자체도 있다. 수원시는 1억5000만원을 들여 서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관련 직원만 2018년 5명에서 올해 8명으로 늘었다. 시 숙원 사업이었던 특례시 지정과 관련해 행정안전부를 찾아 지방자치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 국회사무처 등 각 기관을 찾아다녔다. 이같은 노력으로 올해 수원시 국비보조금은 483억원이 늘어난 8797억원으로 책정됐다.

지자체 의지에 따라 활동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것이다. 또 중앙정부기관 일부가 서울에서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세종시에도 새롭게 사무소를 둬야 할지를 놓고도 고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서울사무소는 말 그대로 협력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며 “지자체에서 사무소를 막상 만들어 놓고도 중요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출퇴근이나 활동이 지역 내에 근무하는 것보다 자유롭다”면서도 “퇴근 이후에도 정치인이나 관계자를 만나야 하는데 출퇴근 거리가 먼 직원은 이같은 활동을 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서울사무소가 무용지물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유병욱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중앙정부에 지방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목적으로 사무소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며 “정작 활동하지 않으면 예산낭비다. 본래의 취지처럼 활성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