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신설 원인제공자 부담 관행
뒤엎은 판결 잇따라 반환 현실화
38개 지자체 대법에 탄원서 제출
호매실동 등 수원시 서부지역 택지개발지구 일대 모습. /사진제공=수원시
호매실동 등 수원시 서부지역 택지개발지구 일대 모습. /사진제공=수원시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둘러싼 수원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10년 가까이 이어진 법적 다툼이 대법원 판결로 결국 시가 패배하면서 초유의 '반환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판례로 지자체가 택지개발지구 건설사 등에게 관행적으로 부과했던 비용을 돌려줘야 할 명분이 더욱 뚜렷해졌고, 시행자에게 부담을 지게 하는 방안도 허사가 될 처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수원시가 LH를 상대로 낸 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시가 패소한 원심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사업을 시행하면서 수도시설의 신·증설 등의 공사를 시행함으로써 의무가 소멸했음에도 부담금을 부과한 처분은 하자가 중대하다”고 밝혔다.

앞서 시와 LH는 부담금의 정당성을 놓고 2011년부터 법정에서 첨예하게 다퉈왔다.

LH는 2004년 12월 계획면적만 약 311만m²에 이르는 수원 금곡동·호매실동·당수동 일원 택지지구 사업시행자로 지정됐고, 국민임대주택 등 공동주택을 조성했다.

이후 시가 지구 내 6개 개별 건축물 구역에 대한 급수공사를 LH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약 14억원의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것이 발단이었다.

'수도법' 및 지자체 조례는 주택개발 등으로 수도시설 신설이나 증설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그에 따라 필요한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도록 했다.

하지만 LH는 2008년 시와 진행한 협의를 토대로 약 172억원 공사비용을 들여 산지 배수지 설치 등 택지지구의 수도공급 기능을 갖추게 한 사실에 미뤄 부당한 조치라고 항의했다. 이 논란의 핵심은 사업시행자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이미 택지지구 수도 관련 공사를 부담했음에도 추후 발생한 건축행위에 부담금을 내게 하는 것이 옳은지가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은 부담금 이중부과를 금지한 '부담금관리 기본법' 등을 근거로 LH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시 패소는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비슷한 행정처리를 해왔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소송이 대법에서 약 6년 계류됐던 부분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대구시 소송 패소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지자체들의 대책도 어렵게 됐다. 대구시는 지난해 7월 LH로부터 택지지구 내 일부를 분양받아 아파트를 건축하려던 건설사가 제기한 2억2000여만원의 상수도 원인자부담금 처분 취소 요구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대법은 수도시설 신설이나 증설 등 원인이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에게 있는 만큼, 부담금도 건축물을 짓는 행위자가 아니라 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 판결에 실제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일부 지자체는 건축 행위자에게 부담금을 반환하고, 대신 시행자 쪽으로 재부과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수립한 상태였다.

그러나 수원시 패소 사유에 '시행자의 부담'도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므로, 어디로도 부담을 주지 못하고 지자체 순수 비용으로 반환을 처리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관련 소송과 분쟁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서 건설사 등의 부과가 부당하다는 판결에 이어 우리 시 소송에서 택지개발시행자로 부과도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와 난감하다"며 “사회적 파장이 크기에 38개 지자체가 대법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노력했다. 추후 여러 지자체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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