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하게 이어지던 특례시에 관한 논쟁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서 특례시 문제를 일단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례시 기준을 놓고 지역별 이해가 엇갈리면서 당내에서조차 갈등 조짐을 보이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인구가 50만명 이상인 대도시를 특례시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경기도 기초자치단체들은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 갈등을 빚어왔다. 의정부•군포•하남•양주시 등 인구 50만명 미만인 16개 지자체 시장•군수는 국회에서의 특례시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례시 지정이 소도시 소멸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수원•부천•용인•고양시 등 인구 50만 이상인 10개 지자체는 특례시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볼 때 특례시는 지방자치 취지에 역행된다. 지방자치법은 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도입됐으나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대도시에게 특례를 적용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는 특례시는 행정적 명칭일 뿐이어서 지자체 권한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설명하지만, 명칭만으로도 특별 배려받는 지자체로 간주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논리에서 봐도 지자체 형태가 자꾸 늘어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국가와 광역•기초자치단체 간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당위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특례시 문제로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되면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2018년에도 지자체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폐기된 바 있다. OECD 주요 선진국의 지방자치제도를 살펴봤을 때 특례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모델이다.

상생이나 균형의 가치 없는 인구 우선 정책은 비효율적이며 쏠림현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 인구만을 기준으로 특례시를 지정하려는 방침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정 특례시를 정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선정기준•행정수요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뒤 합리적인 특례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