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한국전쟁 70주년 맞아
내년 2월14일까지 '흰 밤 검은 낮' 전시

희생자·유족·실향민 등 관점서 표현한
현대미술 작가 14명 총 180여점 선봬
박완서 소설 '나목' 그래픽노블 재창작도
전쟁의 경험자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그것을 어떻게 기억할까? 국가에 의한 공동의 서사와 상이한 개인의 기억들은 어떻게 전해질 수 있을까?

경기도미술관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해 역사적 사건을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고자 올해의 마지막 전시 '흰 밤 검은 낮'을 선보이고 있다. 내년 2월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14명(팀)이 참여하고 총 180여점의 작품이 내걸린다.

전시는 상상조차 어려운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과, 이후 남북의 체제 대결 과정에서 희생되고 감춰진 이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자 한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월북 작가, 예술가, 평범한 여성들, 학살 희생자의 유족들과 실향민의 이야기가 참여 작가의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관람자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돼 새롭게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시는 전쟁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겨울나무집 사람들', 분단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경기지역의 풍경을 담은 '흰 도시' 그리고 전쟁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함께 추는 춤'으로 구성된다. 전시 주요 작품으로는 월북 작가 이태준의 기행문을 필사한 고산금 작가의 '조국의 자유와 세계평화를 위하여'와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원작으로 김금숙 작가가 재창작한 동명의 그래픽노블 '나목'의 원화가 있다. 또한, 민중미술에서 시대정신의 의미를 되새긴 문영태 작가의 '심상석 78-3(1978)'을 비롯해, 한국 앵포르멜 운동의 주역인 하인두 작가의 '상(1958)', '인간 애증(1975)', '만다라(1982)'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된 신작도 전시한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지였던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의 이야기를 담은 김무영 작가의 '금정굴 프로젝트'와 젊은 시인들과 함께 한국전쟁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제작한 업셋프레스_안지미+이부록의 설치작품 '금단의 서재'도 전시된다. 파주에 위치한 적군묘를 촬영한 전명은의 사진작품 '적군의 묘' 시리즈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