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본주택 추진 위한 간담회

 

'경기도 기본주택'의 핵심은 주택을 '소유'에서 '거주'로 인식을 전환하는 데 있다. 이 정책의 구체적인 설계도를 그린 사람은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 3일 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추진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자리에서 기본주택 제안을 통해 “경기도 기본주택은 주거 복지가 아닌 주거 서비스의 개념”이라며 “수돗물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공공이 제공하는 주거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설명했다.

기본주택은 크게 '장기임대형'과 '토지임대부 분양형'으로 나뉜다. 장기임대형은 무주택자면 누구나 적정한 임대료를 내고 30년 이상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소득과 자산 등 요건을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입주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임대주택과 다르다.

이 사장은 적자가 나지 않는 지속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파트 분양이 아니라 임대료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공급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주택을 구상했다. 임대료는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중위소득 20% 이내)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임대주택의 질도 높일 계획이다. 청소와 돌봄, 식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단지 내 편의시설과 특화시설도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경기도와 GH는 하남 교산, 과천, 안산 장상 등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용인플랫폼 시티 등 대규모 개발사업 용지 내 역세권에 공급하는 등 GH가 시행사로 참여한 주택의 50%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최소 1만3000호 규모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용적률 승인, 공공 리츠(REITs,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유가증권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한 기본주택 구매 등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GH공사는 1단계(법령 개정)로 임대주택 유형 신설(공공주택 시행령)을 반영하고, 입주자 선정기준 등 개정(공공주택 시행규칙)을 추진한다. 2단계(훈령 및 고시 개정)는 토지공급가격, 임대료 산정기준 등(공공주택 업무지침)을 반영하고, 이에 따라 기금운용계획에 기본주택 기금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토지임대부분양형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입주자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무주택자 주거안정과 부동산 투기 자산화 방지책이다. (가칭)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바탕으로 한 입주자자격(주택법), 환매(지방공기업법), 세금 감면(종합부동산세법, 지방세법), 토지공급가격(공공주택업무처리지침 등)을 바꿀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이 사장은 “1년에 30만 호씩 20년간 600만 호의 기본주택이 쌓이면 주거 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국가는 빚내서 집 사기 싫다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공공주택 한계 보완하는 정책 아닌 종합적 대안이 돼야”

 

"계층혼합 구체적 방안 필요"

▲김남근 변호사

▲ 김남근 변호사
▲ 김남근 변호사

김남근 변호사는 기본주택에 대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경기도의 기본주택은 보편복지 철학에 입각한 서구 유럽의 공공임대주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본주택이 중산층전용주택이고 취약계층은 따로 또 만들 것이라는 낙인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셜믹스형인 계층혼합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기본주택을) 어느 정도를 할 것인지 평형도 다양하게 할 건지 필연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임대료보조정책이 있어야 할 텐데 발표내용만 보면 언급이 없다”면서 “낙인효과 생기지 않으려면 (발표내용처럼) 역세권에 있어야 하고 상당히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다른 공공임대와 달리 어린이집 각종 커뮤니터시설 문화시설을 마련하는 등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문제하고 택지를 확보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지비축은행 제도 도입, 임대주택 구분 회계 도입, 환매 등기 방식 도입 등을 제안했다. 토지비축은행은 사업 지속성을 위한 토지 확보 차원이다.

임대주택 구분회계 도입은 부채 논쟁을 방지하자는 측면으로 김 변호사는 “임대주택에 대한 부채는 구분회계에서 따로 만들어놓고 경기주택공사에서 공공임대부채는 따로 만들어놓고 나머지 부채만 가지고 평가해주는 공기업 평가 제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에 따른 토지 수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토지임대부에 대해서는 재건축하더라도 계속 토지를 공공이 보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원가 낮춰 임대료 인하"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 남기업 소장
▲ 남기업 소장

남기업 소장은 임대료 책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건설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남 소장은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용적률 500%를 제안했지만, GH가 직접 건설하면 건축비도 최소한 15% 정도 낮출 수 있다. 건설원가가 낮아지니까 임대료를 좀 더 낮출 수 있다”며 “그렇다면 소득 4분위도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본주택 개념을 공공주택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보다는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 소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 주택을 정책 제안으로 제시했는데 이 안에는 기존 공급하던 공공임대주택, 공공분양주택, 토지임대부 주택도 포함하는 '바구니' 형태의 정책 대안이었다”며 “기본주택을 공공주택의 한계를 보완하는 종류가 아니라 주택정책의 종합적인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임대부 주택에서 흑자를 만들 수 있는데 공공택지 내 주택용지뿐만 아니라 상업용지도 토지임대용으로 공급하게 되면 흑자규모를 더 늘릴 수 있고 여기서 발생한 흑자를 기존에 공공임대주택에서 메울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충분히 작동이 가능하다. 이는 미국 뉴욕 배터리파크시티가 이렇게 했다”며 “기본주택을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의 유형으로 제시할 게 아니라 주택정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는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부동산의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방식의 도입도 강조했다.

 

"지방세, 기초정부와 우선 조율"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임재만 교수
▲ 임재만 교수

임재만 교수는 기본주택 설계 과정에 있는 세금 면제 부분에 대해 기초지방정부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임 교수는 “취득세, 보유세 등은 지방세인데 이를 면제해주자고 한다면 기초정부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기본주택을 실행하면 해당 정부에 아무런 소득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세수의 손실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본주택이 들어서는 지방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지 논의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주택이 새로운 브랜드로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 교수는 “보편적 모델을 지향하지만 초기물량이 경기도에 수혜자만큼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입주자 선정기준에서 잔여적 방법밖에 쓸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물량으로 보면 소량이고 잔여적이지만 운영만큼은 보편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토지임대부 분양형의 경우 버니샌더스가 만들었던 주택 트러스트 방식을 제언했다.

 

"특색있는 상품 개발을"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 부연구위원

▲ 김성환 부연구위원
▲ 김성환 부연구위원

김성환 위원은 일정 부분 시범사업 위주로 기본주택을 한다면 토지임대부 분양형에 대해 특색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싱가포르의 경우 여러 세대가 사는 경우에 그 세대에 한해서 분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상품들이 있다. 방이 2개인 주택(플렉시 플랫)인데, 기대여명이 많이 안 남으신 분들이 들어오셔서 15년, 20년 이런 식으로 5년 단위로 끊어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이런 식으로 분양한다”며 “다른 데서 시도해 주지 않는 새로운 개발을 개발해서 시범사업형태로 진행해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