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5 총선에선 18세 새내기 유권자 53만여 명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된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 활용이 체질화된 젊은 세대 유권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선거 결과에도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4월16일 이전 출생자라면 선거권이 있지만 선거운동의 경우 선거운동 시점에 만 18세 이상이어야 가능하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은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 의사에 따라 행사될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우리는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에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선 국회의원이라는 대리인을 선출해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는 의미가 있지만 많은 국민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 또한 국민의 대리인 역할에 충실하기보단 자신의 권력 유지나 정파 이익에 몰입하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돌아서는 경향이 종종 있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각종 법률 제·개정을 통해 국가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권한을 가지며 매년 500조 원 넘는 국가예산에 대한 심의권을 가진다. 국가예산은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한정된 재원을 갖고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어떤 국회의원을 뽑느냐에 따라 국민의 납세·병역·교육·근로·복지·재산 등에 직접적 영향이 미쳐질 수 있다. 국회의원은 유권자의 대리인으로서 국가정책 방향을 조정하고 유지하는 거대 권력이지만 그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모든 국가나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있다. 선거 때가 되면 좀 더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 헌법이 나에게 부여한 국가권력을 행사할 대리인을 선택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거나 올바른 선택을 포기하면 언젠간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감을 느껴야 정치권력의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백년대계의 안목이 있는 후보자를 찾아보고, 그가 국민의 대리인 역할을 잘 할만한 인물인지,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이 타당한 지를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약의 실천가능성이나 재원조달 방안은 적정한지, 바람직한 미래상을 담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현실에서의 선거는 권력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정치 과정으로 수많은 권모술수가 등장한다. 유권자 또한 정당이나 후보자의 포퓰리즘으로 포장된 달콤한 장밋빛 공약이나 웅변술에 속아 넘어가곤 한다. 정책이나 공약보단 진보나 보수와 같은 이념, 또는 지연·학연·혈연 등의 연고주의에 얽매여 묻지마식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을 우려해 투표소 방문을 꺼리거나 정치혐오 확산으로 선거에 무관심할 수도 있지만 올바른 선택을 위해선 먼저 투표 참여가 필요하다. 투표는 그 후보자가 당선되면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바라면서 유권자가 부여하는 정치권력의 이동통로이기 때문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나 행동보다 가슴속 열정을 투표지에 조용히 담아보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표는 그 자체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거에선 단 한 표로 당락이 바뀔 수 있다. 미국이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 헐값에 매입했을 때의 표결이나, 2008년 고성군수 보궐선거 당선인이 한 표 차로 결정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선례이다.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는 말처럼, 선거가 올바로 치러질 때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유권자는 각각 한 송이의 꽃으로 비유될 수 있다. 우리는 들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면 예쁘다는 말을 주로 하지만 산과 들에 만발한 꽃들을 보면 아름답다는 표현을 쓴다. 다가온 4월15일, 유권자 모두가 참여하는 아름다운 선거를 통해 좀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꿀 수 있다면 좋겠다.

최형기 인천 계양구선관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