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쉼터는 쉼터 아닌 쉼터가 돼버린 지 오래에요. 오히려 관광객들은 위화감을 느끼고 돌아갑니다."
지난 주말 오후, 연안부두 바다쉼터 주차장은 캠핑카와 SUV 차량 등으로 빼곡했다. 해안가 데크에는 낚시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한켠에는 나무 도마에 갓 잡은 숭어를 눕힌 채 회를 뜨는 무리가 모여 있었다. 일부 낚시꾼들은 낚시대에 걸린 고기를 빼내기 위해 울타리를 넘어 해안가 암벽으로 아슬아슬하게 내려갔다. 장기간 캠핑카와 텐트에 머무는 낚시꾼들도 보였다. 텐트 내부에는 의자와 테이블부터 냄비 등 각종 주방기구까지 들여온 상태였다.
A씨는 "여기는 평일 주말 상관없이 24시간 내내 낚시꾼들이 상주하는 곳"이라며 "숭어 등 물고기가 잘 잡히고 주차료도 받지 않아 자유롭게 낚시하기 좋다"고 말했다.
인천 연안부두 바다쉼터가 '해양친수공간'이라는 기능을 잃은 채 낚시꾼들의 아지트로 변질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구는 2010년 연안부두 바다쉼터 일대 해안 철책선을 제거하고 친수공간으로 개방해 운영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구는 부지를 인천항만공사로부터 무상 임차 받아 주민과 관광객들이 해안 풍경, 산책로를 즐길 수 있는 쉼터를 조성했다. 휴식공간으로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쉼터 해안가에 숭어와 주꾸미 등이 잘 잡힌다는 사실이 알려져 낚시를 위해 방문하는 이들이 늘었다.
문제는 쓰레기와 생선 찌꺼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쉼터에 장기 칩거한 낚시꾼들 때문에 휴식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은 정작 발길을 돌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연안동 주민 B씨는 "주말에는 하루 평균 3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낚시꾼들이 많다"며 "장기 텐트족들로 인해 관광객들이 위화감을 느끼고 주변 환경이 저해돼 구청에서 철거명령을 내린 적도 있지만 결국 다시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다쉼터는 낚시금지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중구 관계자는 "낚시 행위 탓에 불편을 겪는 관광객이나 주민 등이 있긴 하지만 단속 권한이 없어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환경 개선을 위해 상주인력을 파견해 쓰레기와 공중화장실 관리를 하거나 계고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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