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아 경기본사문화기획부 기자

 

한 달여 전 안성에 있는 한 장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작업실 안은 한여름 낮 땡볕에 서있는 듯 숨이 턱 막혔다. 더운 공기가 가득한 작업실 내부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그나마 힘껏 틀어놓은 에어컨도 언제 설치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낡아빠져 모터소리만 크게 울렸다.
장인은 10여년 전 지인의 도움으로 사용하지 않는 축사를 개조해 작업공간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듬성듬성한 가벽 사이로 바깥 풍경이 보였고, 여름의 더운 공기도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곧 무너지기라도 할 듯 위태로운 공간처럼 보였지만 이 공간이 장인에게는 얼마든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더 없이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이 작업공간도 올 겨울이면 비워줘야 한다. 땅 주인으로부터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사명감 하나로 전통 대나무 낚싯대를 계승해온 세월이 1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작업 공간은커녕 길에 나앉게 생겼다.
장인이 만든 대나무 낚싯대는 2017년 한·러 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될 만큼 한국의 전통을 대변하는 소중한 우리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것을 지켜온 장인에 대한 대우는 턱없이 부족해 언제까지 전통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장인은 6개월 전 안성시로부터 안성맞춤명장으로도 선정됐다. 시에 이 같은 상황을 알리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시의 '담당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장인은 당장 6개월도 못가 대 낚싯대 명맥이 끊어지게 생겼다며 망연자실했다. 안성맞춤명장이라는 '명패'만 남고 전통문화는 소멸될 상황에 처했다.

경기도 내 장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고유한 기술을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전승 환경으로는 장인은 물론, 청년들조차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일에 꿈도 못꾸게 한다.
장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청년들이 우리 전통문화 계승을 꿈꿀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1960년대부터 정부는 무형문화재의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이들에게 생계비 및 특별 장려금을 지급해 왔지만 여전히 장인들은 생계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 전통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장인'이 서 있을 곳이 있기나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