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설문, 출입로 정비 77%...시 "철거 뒤 보관 신중할 것"
구리시청사 입구에 있던 고구려 북각이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일보 8월7일자 8면>

시민 설문조사 결과에서 북각을 포함한 입구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고, 시도 청사 출입로 정비를 위해 북각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20일 시에 따르면 12월말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청사 증축에 맞춰 11월쯤 청사 진출입로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청사의 상징으로 20년을 버텨왔던 고구려 북각은 결국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고구려 북각은 1999년 12월 건립비 5000만원을 들여 설치됐으나 수년간 활용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북의 기능을 잃은 상태다.

시는 지난 7월29일부터 8월9일까지 2주간 해당 북각의 처리를 포함한 청사 출입로 정비 여부에 대해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에 답한 시민 190명과 우편 설문조사에 응한 44명, 시청 직원 설문조사에서 대답한 직원 454명을 합쳐 688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결과는 북각의 철거를 포함한 출입로 정비가 531명(77%)으로 훨씬 많았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157명(23%)에 그쳤다.

인터넷 응답자 190명 중 정비는 129명(68%), 유지는 61명(32%)이다. 역대 시장과 시의원, 경로당 회장, 퇴직 공무원, 보훈단체장, 장애인단체장 등에게 우편으로 보낸 설문의 응답자 44명 중 43명(98%)가 정비를, 1명(2%)이 유지를 택했다. 새올 행정시스템을 이용한 직원 설문조사에 응한 454명 중 359명(79%)가 정비를 선택했고, 95명(21%)만이 유지를 원했다.

시는 그간 시청사 출입구의 시설물 노후화로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시민 설문조사 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도 새로 증축된 청사와 북각의 부조화, 화재 위험, 시청사 증축과 향후 여성회관과 교문1동 청사 신축에 따른 차량 교행량 증가 등의 이유로 출입로 정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론이 북각 철거로 기울었지만 시청사 상징물이 사라진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북 제작에 참여한 윤종국 악기장은 "해당 북은 국가무형문화재였던 부친 윤덕진 악기장의 마지막 작품"이라면서 "시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시청의 상징물이 사라진다니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대범 시 재산관리팀장은 "현재 북각 철거 이후 고구려 북의 보관 및 처리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시의 상징물로 오랫동안 시청사 앞을 지켰던 북인 만큼 처리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리=심재학 기자 horsepi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