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평화' 연설 통해 동·서독 사례 언급하며 제안…실현 시 무력 충돌 위험 감소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현지시각) 오슬로 총리관저에서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접경지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경위원회'의 설치를 사실상 북한 측에 제안했다.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오슬로대학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 참석,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는 협력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독과 서독은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공동 대처했다"며 "이런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돼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동서독은 1972년 체결한 기본조약, 1973년 의결한 추가의정서를 통해 접경위원회를 설치했다. 접경위원회는 동독과 서독이 맞닿은 경계선을 중심으로 화재·홍수·산사태 등 자연재해, 환경오염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분단 상황에서도 동서독 간 필요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었으며, 이는 통일 과정에서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 사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위원회가 가동될 경우 한반도 평화 정착에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질 경우 무력 충돌 등 분쟁위협이 현격히 감소할 수 있다.

이미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전방 GP(감시초소) 철수 등 접경지역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자연재해 공동대응 등 협력까지 이뤄진다면 군사적 긴장이 더욱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남북의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배들이 동해안 오징어를 쓸어가는 일도 있었고, DMZ에서 산불이 나 남과 북으로 번지는 일도 있었다"며 "한탄강 홍수로 인명 피해도 생긴 바 있는데, 이는 남북이 조금만 협력해도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