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집 중 가장 정확한 주석 담겨
동화시 '집게네 네 형제' 전편 수록
▲ 백석 지음, 백시나 엮음, 매직하우스, 368쪽, 1만3800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서시(序詩)'의 주인공 윤동주 시인이 가장 존경했던 시인이 백석이다. 윤동주는 동경 유학 시절 내내 백석의 첫시집 <사슴>의 필사본을 지니고 다녔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과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와 '모닥불'을 읽으면 윤동주가 백석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백석 시인을 소개할 때는 '분단에 의해 묻혀진 시인'으로 소개했다.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월북시인 및 월북작가들이 해금되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였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백석은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시문학사에서 가장 훌륭한 시를 창작한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백석은 분단에 의해 묻혀진 시인을 넘어 분단 자체를 극복한 천재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백석 시에 대한 많은 연구와 자료를 통하여 그동안 애매모호했던 백석이 사용한 시어들의 정확한 뜻이 밝혀지게 됐다. 이 시집은 그동안 출판된 백석 시집 중에서 가장 정확한 주석을 달고 있다. 백석이 사용했던 평안도 사투리 및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낯선 우리의 고유어에 대한 주석 뿐만 아니라 한자로 표기된 제목에 대해서도 각주에 덧붙였다. 낯선 지명에 관한 경우에는 독자들이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예를 들어 '팔원'이라는 작품에서 백석은 평안북도 영변군의 팔원면을 지나다 보게된 승합차 안과 바깥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데 팔원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 나오는 영변에 위치한 지역이라는 것도 표기해 독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발표한 시들도 별도의 장을 구성했으며, 백석의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나오는 동화시 전편을 수록했다. 특히 백석이 처음으로 창작했던 동화시지만 <집게네 네 형제> 출간 당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까치와 물까치'는 단행본 시집에서는 처음 소개하는 것이다.

백석은 본명이 백기행(白夔行)으로 김소월을 동경하면서 시인의 꿈을 키웠으며, 1935년 <조광> 창간에 참여하였고, 같은 해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定州城)'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36년 시집 <사슴>을 간행했으며 1940년 만주의 신징(지금의 장춘)으로 가서 3월부터 만주국 국무원에서 근무하고 1942년 만주의 안둥 세관에서 일하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신의주를 거쳐 고향인 정주로 돌아왔다. 1946년 북조선예술총동맹이 결성된 후 1947년 문학예술총동맹 외국문학 분과위원이 됐다. 1949년 조선작가동맹 기관지 '문학신문'의 편집위원으로 위촉됐고 <아동문학>과 <조쏘문화> 편집위원을 맡으며 안정적인 창작활동의 기틀을 마련했다. 1957년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간행했지만 1958년 '붉은 편지 사건' 이후 창작과 번역 등 문학적 활동이 대부분 중단됐다. 1996년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