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아픔과 공명한 작가 4인] 침몰하는 미래 부여잡으려 몸부림친 예술인들
[세월호 참사 아픔과 공명한 작가 4인] 침몰하는 미래 부여잡으려 몸부림친 예술인들
  • 박혜림
  • 승인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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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훈 '검은 통곡'으로 가려진 진실 은유로 드러내
이은선 추모곡 '물속에서'로 희생자 공포감 표현
이세현 'Between Red-206, 2015'로 분노 표출
전이수 '올챙이 떼' 등 그림 그려 위로 전달

세상은 그들에게 '지겹다', '그만하라'며 송곳 같은 말을 내뱉는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세상이 찌른 그 어떤 말보다도 고통스럽다. 2014년 4월16일, 우린 그날을 기억한다. 세상이 뭐라 한들, 299명의 희생자들과 돌아오지 못한 5명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 작품에 담은 추모,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작품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던 작가 4인을 만났다.

▲ 성동훈作 '검은통곡'. /사진제공=성동훈
▲ 성동훈作 '검은통곡'. /사진제공=성동훈
▲ 성동훈 조형예술가. /사진제공=성동훈
▲ 성동훈 조형예술가. /사진제공=성동훈

 

통곡-성동훈 조형예술가

"작업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용광로에 울려 퍼진 쾅쾅 소리가 저의 가슴을 내려치는 듯했습니다."
세월호에 몸을 실었던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딸아이를 두고 있는 성동훈 조각가에게 참사 비보는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대만에서 전시 준비를 하던 중 딸아이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했던 것이죠. 머지않아 뉴스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게 됐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내 아이와 같은 또래에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니 도통 작업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주로 철을 소재로 조형 작품 활동을 하며 조각가로서는 잔뼈가 굵은 성동훈 작가는 2014년 4월 무렵, 대만에 한 철강회사로부터 초청을 받아 전시 준비에 한창이었다.

"대만의 철강 페스티벌에 초청돼 작업을 하고 있었죠. 주어진 50톤의 철을 활용해 조형작품을 만들어내던 찰나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하나, 둘 드러나는 숨겨진 진실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죠. 내가 현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맞는가 할 정도로 거짓과 진실, 혼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기존에 하려던 주제의 노선을 변경해 조형물을 제작하게 됐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전시 주제가 가짜 왕국(Fake of the kingdom)이었습니다."

완성한 작품들은 2015년 6월 사비나 미술관에서 열린 가짜 왕국(Fake of the kingdom) 전시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 가운데 세월호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탄생한 작품이 '검은 통곡'이다.

'검은 통곡'은 2m90cm 높이로 거꾸로 매달린 상어의 모습 속에 백자 구슬 103개를 알알이 박아넣었다. 성 작가는 구슬마다 노란 리본을 새겨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상어의 형상을 보며 혹자는 침몰하는 세월호로, 혹자는 바다의 포식자로 해석합니다. 이 상어는 배가 잠기게 된 정치적 조작, 물속에 깊이 박힌 채 서서히 드러났던 진실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모습입니다. 보이지 않는 검은 바닷속을 헤집고 다니는 포식자 상어가 삼켜버린 당시 집계 희생자 103명을 표현한 것이죠. 또 통곡이라는 것은 허균에 '통곡헌'에서 비롯됐습니다. 세상의 불의로부터 몸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슬픔으로 진실을 보려 했던 허균이 반어법적으로 사용한 이 '통곡'이 세월호 사건과 일맥상통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어진 작품이 바로 검은 통곡입니다."
 

▲ 이은선 작곡가. /사진제공=이은선
▲ 이은선 작곡가. /사진제공=이은선

 

두려움-이은선 작곡가

"아이들이잖아."

세월호 참사의 비보는 먼 이국 땅에도 전해졌다. 1999년에 처음 유학길에 올라 10여년을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 스위스 등지에서 작품 활동을 해 온 이은선 작곡가에게도 세월호 참사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타지에 있다 보면 내 조국에 대한 소식에 더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죠. 저 역시 그랬고, 오스트리아에 있을 당시 뉴스 보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 비보를 듣게 됐습니다. '이게 말이 안 되는데, 그럴 리 없어'라며 끊임없이 되뇌이며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랐습니다."

희생자에 대한 비통함은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의 흩어져 있던 동포들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의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음악과 미술 등으로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고 이 작곡가 역시 음악을 통해 추모에 나섰다.

"추모를 취지로 합창곡을 써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었죠. 귓가에 아우성치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떨치기 어려웠고, 이건 내가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주저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탄생된 곡이 바로 '물속에서'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심정으로 지어진 오케스트라 곡 '물속에서'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시 '고요한 바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치도록 무섭게 다가오는 바다의 적막감을 표현한 괴테의 시는 당시 이 작곡가가 느꼈던 두려움, 공포, 안타까움, 탄식 등의 감정과 닿아 있었다.

"보통 작품을 쓸 때 필요한 음악 재료 분석이라든가 뼈대 설계와 같은 사전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사건에서 느꼈던 감정만으로 작업했습니다. 물결의 공포가 밀려왔다 가는 과정 속에 결국 소음마저 물속으로 가라앉고 고요한 적막만이 남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2015년 8월14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처음 공개됐다. 단 두 명의 한국인들을 제외하고 독일인 관객들로 채워진 무대에서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이국땅의 슬픔을 나누었다.

"놀라워했죠. 많은 독일 현지인들은 아시아 작은 나라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사건을 알게 되면서 가슴 아파하고 애도 했습니다."

그가 드레스덴 초연 이후 4년 만에 조국 땅을 밟았다. 지난 12일 안산예술전당에서 열린 '경기페스티벌-약속'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물속에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경기필을 이끌고 계신 마시모 자네티 선생님으로부터 제안을 받게 됐습니다. 그가 제가 작곡한 물속에서를 듣고 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라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이 곡을 통해 많은 분들이 세월호 사건을 되새기고 위로받길 바랐습니다. 자네티 선생님도 저와 뜻을 같이 하셨죠. 이 공연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한마디 하시더군요. '아이들이잖아. 아이들을 잃었잖아'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 이세현作 'Between Red-206, 2015'. /사진제공=이세현
▲ 이세현作 'Between Red-206, 2015'. /사진제공=이세현
▲ 이세현 서양화가. /사진제공=이세현
▲ 이세현 서양화가. /사진제공=이세현

 

분노-이세현 서양화가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숨긴 그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죠."

온통 붉은색으로만 채색된 이세현 작가의 작품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서양화가인 그의 작품은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아름다운 비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사회적 현상이나 사건을 기반으로 사회의 암적인 요소들을 그럴싸하게 장치해 두어 모순된 사회의 이중성을 표현했다.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을 이 작가는 주목했다.

"그림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역할에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영국 유학 생활 당시 내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나는 어떤 풍경 속에서 자랐고 또 내가 자란 대한민국은 어떤 정서가 있는 곳인지에 대해… 그러던 중 내가 살아가는 이 대한민국이 세계 유일에 냉전국가이며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분단국가에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통일국가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사회를 돌아보지 않는 일은 어쩌면 직무유기와 같은 것이라 판단했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이 저의 대표작 '붉은 산수'와 'Between Red-206, 2015'입니다."

작품 전면으로 채색된 붉은빛은 그가 사회에서 느낀 염증들과 분노의 감정들을 극대화시켰다. 이 작가의 시그니쳐 컬러가 된 이 붉은 채색 역시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에서 얻어졌다.

"군 복무 시절 비무장지대(DMZ)를 적외선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보며 눈으로 들어온 붉은 산하의 아름다움과 적과의 대치라는 대비되는 상황을 떠올리며 사용하게 된 장치가 바로 이 모노크롬 채색입니다."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항상 고민해 온 이 작가의 작품 중, 'Between Red-206, 2015'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500호 대형 캔버스에 작업한 작품이다. 캔버스에 등장한 각기 다른 시대 배경의 인물들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유명인들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겨 있다.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후 제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 구조적 문제, 백주대낮에 벌어진 믿기 어려운 정치적 상황들은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품은 저마다 꿈을 안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의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되고자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과학자가 되고자 했을… 유명인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리며 세월호의 아이들도 이들처럼 꿈을 꿨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한 작품이 바로 이 Between Red-206, 2015'입니다."

▲ 전이수作 '올챙이떼'. /사진제공=전이수
▲ 전이수作 '올챙이떼'. /사진제공=전이수
▲ 전이수 동화작가. /사진출처=경기도문화의전당
▲ 전이수 동화작가. /사진출처=경기도문화의전당

 

희망-전이수 동화작가

"세월호가 빨리 인양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SBS 방송 프로그램 영재발굴단 출연으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전이수 제주도 꼬마 동화작가가 경기도를 찾았다. 지난 14일 안산 일대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5주기 행사, 경기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11살인 전이수 어린이는 벌써 3권의 그림책을 펴낸 베테랑 동화작가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세상을 원숙하게 바라보는 따뜻하고 순수한 시각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유의 파스텔 색감과 희망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은 삭막한 사회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며 많은 이들의 감동을 사고 있다. 이렇듯 전 군이 이번 추모 5주기에 참여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작용했다. 2014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려 세월호에 올랐던 단원고 학생들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불과 7살의 나이였던 전 군은 위로의 의미가 담긴 그림을 그려나갔다. 이때 지어진 작품이 '올챙이 떼'와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참새'이다.

"올챙이 떼는 하늘로 가는 형, 누나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참새는 세월호가 빨리 인양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렸습니다."

7살 아이의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순수한 발상과 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참새'는 전 군의 부친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집회 활동을 하기 위해 직접 몰고 다니던 자동차 뒷면에 그려졌다. 당시 전 군의 부친은 희망적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의 모습에 놀라웠다고 말한다.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안타까운 마음에 제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다녔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깨닫고 좌절하던 순간에도 이수는 희망적으로 세상을 보고 있더라고요. 작품을 대신해 이수 나름대로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죠."

전 군의 작품들은 이번 추모 행사 무대에서 소개됐다. 특히 이번 5주기를 맞아 새롭게 작업한 '떠오르는 꽃'을 공개했다. 이 같은 전이수 작가의 작품들은 다음달 26일까지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이수야, 안녕!'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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