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미뇽의 노래' 남성 시각 벗어나 인간의 성숙함으로 그려내

인천 중구 경동에 있는 문화공간 플레이캠퍼스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펼치고 있는 기획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볼프, 여인의 침묵과 노래'를 17일 오후 7시30분 무대에 올린다.

'여인의 침묵과 노래'의 원제는 후고 볼프(Hugo Wolf, 1860~1903)의 연가곡 '미뇽의 노래 Mignons Lieder'이다.

미뇽은 괴테의 교양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나오는 여자 아이로, 슈베르트 이후 다수의 유명 작곡가가 남성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1부 '소녀-미뇽', 2부 '여인-울프', 3부 '기도-오키프'로 구성하여 여자 아이에서 비극을 맞는 캐릭터를 넘어 여인으로의 성장통과 인간으로의 성숙함으로 표현하고자 재배치했고 볼프의 또 다른 작품 '뫼리케 가곡'을 삽입했다.

특히 버니지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와 조지아 오키프의 삶을 날줄로 삼고, 볼프 가곡을 씨줄로 삼아 직조하여 미뇽의 비극 대신 보편적 인간으로 성숙해 지는 여성을 그렸다.

소프라노 유정이 피아니스트 김보람의 연주에 맞춰 미뇽의 노래로 '남쪽 나라를 아시나요', '그리움만 아는 이', '이 모습을 그대로 두세요', '말하라 하지 마세요'와 뫼뢰케 가곡으로 '세상을 피해서', '기도'를 들려준다.

볼프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슈베르트와 슈만의 뒤를 이은 19세기 독일 가곡 작곡가다. 낭만주의 가곡 300여곡과 7편의 가곡집을 남겼으며 19세기 독일 가곡을 정상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플레이캠퍼스 장한섬 대표는 "볼프의 가곡은 '평지가 아닌 절벽에서 핀 꽃' 또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 자란 꽃'이라는 평을 받는다"며 "이번 '볼프, 여인의 침묵과 노래'는 역설적으로 괴테의 '구원의 여인상'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소설 속 미뇽에서 출발하여 소설 밖 버지니아 울프의 고민과 사막에서 꽃을 그린 조지아 오키프의 강인한 생명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관람료 3만원. 032-777-8775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사진제공=플레이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