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는 지난한 작업...포기할 수도, 해서도 안돼"
1980년대 중반 레이건대통령이 고르바초프를 만나고 나서 보좌진들에게 느낌을 전했다. 이번 소련 지도자는 전과 다른 것 같다고. 소련 지도자는 다 스탈린 같은 줄 알았는데 고르바초프가 하나님을 얘기하고 소련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히 인정했다면서. 마침내 열린 마음을 가진 고르비는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해 독일통일을 용인하고 냉전을 해체시켰다.

나는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가 스위스에서 교육받고 넓은 세계를 경험했기에 김일성, 김정일과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철권통치로 장성택을 처형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고 오토 웜비어를 죽게 만드는 걸 보면서 김정은도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와 똑같구나하고 실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련의 남·북, 북·미 정상의 만남을 보면서 혹시 김정은이 고르바초프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됐다. 김정은의 태도에서 나라를 개혁개방하고 인민경제를 향상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북한을 지상낙원이라 하지 않고 열악한 도로사정과 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어서다.

김정은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한걸음만 더 나가면 된다. 북한의 핵탄두가 몇 개 있으며 핵물질은 얼마나 갖고 있고,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밝혀주면 된다. 북핵이 없는 평화는 전 세계가 원하는 바다. 우리도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뤄져 핵없이 평화롭게 교류협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수많은 비핵화 약속을 어겼다.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달랐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라는 구체적 약속과 실행이 없다면 우리는 야당으로서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이 뒤따를 때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중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것처럼 북핵을 폐기하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목표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김정은이 교활한 가면을 쓴 독재자인지 진짜 핵무기를 폐기하고 인민을 위해 등소평의 길을 갈 것인지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그 모습이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