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 … 영화 '만신' 실제모델
▲ 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자인 큰무당 김금화씨가 23일 오전 5시57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영화 '만신'의 주인공으로, 국내외에서 굿판을 벌여 한국 전통문화를 널리 알렸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인천 무형문화재의 큰 어른이며, 나라의 큰 무당인 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자 만신(萬神·여자 무당) 김금화(金錦花)씨가 23일 오전 5시57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김금화씨는 1931년 황해도 연백의 가난한 집에서 둘째 딸로 태어났다. 12세 때 무병(巫病)을 앓다가 17세에 외할머니이자 만신인 김철일씨에게 내림굿을 받고 강신무(降神巫)가 됐고 19세에 대동굿을 주재할 만큼 기능이 뛰어나 독립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월남해 무속인 방수덕씨와 인천과 경기도 이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1965년 서울로 활동지를 옮겼다.

고 김금화씨는 1972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해주장군굿놀이'로 개인연기상을 받으며 민속학계에 주목을 받았고, 날카로운 작두 위에서 춤을 추며 어장의 풍어(豊魚)를 기원하는 '서해안풍어제'로 유명했다.

이후 1982년에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문화사절단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녹스빌 국제박람회장에서 열린 친선공연에서 '철무리굿'을 선보여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정부는 1985년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자로 인정했다.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은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굿으로 황해도 해주와 옹진, 연평도 지방의 마을에서 해마다 행해진다. 배연신굿은 선주(船主)가 배의 안전과 고기를 많이 잡고 집안의 번창을 기원하는 굿으로, 바다에 배를 띄우고 그 위에서 굿을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특히 고인은 백두산 천지와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대동굿과 진혼굿 등을 공연했고, 우리나라 대표 무녀로 자리매김하며 사도세자, 백남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진혼제와 인천평화축제 세월호 희생자 추모위령제를 지냈다.

2000년 서해안풍어제보존회 이사장에 취임하고, 2005년 인천 강화도에 무속시설 '금화당'을 열어 후진 양성과 무속문화 전수에 힘썼다.

201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비단꽃길'은 김금화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삶의 여정을 다룬 작품으로, 한평생을 신의 제자로 살아가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가진 한 여인을 다뤘다. 고인은 영화 시사회장에서 "우리 무속 문화를 관객들에게 잘 이해 시키면서, 예술로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고인의 일생을 담은 영화 '만신'이 만들어졌다.

유족으로는 아들 조황훈(자영업)씨가 있고, 조카 김혜경씨는 서해안 배연신굿및 대동굿 이수자다. 빈소는 인천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032-583-4444)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6시40분, 장지는 인천 부평승화원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만신이 걸어온 길]

-1972 전국민속경연대회 개인연기상 수상
-1982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문화사절단 공연
-1985. 2.1 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자 인정
-1992 한중수교 3주년 기념행사 개막공연
-1996 김금화무가집 간행
-2007 사도세자 진혼제
-2009 김대중 전 대통령 진혼제
-2014 인천평화축제 세월호희생자 추모위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