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감성 … 월급 탔으면 '칼질' 해야지
▲ 국제경양식 최동식 대표가 주방에서 음식에 들어갈 야채를 썰고 있다.
▲ 국제경양식 최동식 대표가 주방에서 음식에 들어갈 야채를 썰고 있다.

 

[최동식 대표가 꼽은 기억나는 손님]
"6·25때 먹었던 미군부대 빵이랑 똑같다며 … 눈시울 붉혔던 어르신이 가장 생각나네요"

"국제경양식은 1972년 지금의 신한은행 신포동점 맞은편에서 '스낵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78년 중앙동 '굴따세' 자리로 옮기면서 '국제경양식'으로 이름을 바꾼뒤 다시 새마을금고건물인 국제빌딩으로 들어가서 '신포동 시대'를 보냈어요. 98년 신흥시장으로 옮겨 '신흥동 시대'를 거쳐 2013년 송도국제도시로 가게를 옮기게 됐는데 당시 경양식집하면 고상한 이름을 많이 썼는데 굳이 '국제'라는 상호를 쓴 게 국제빌딩이나 국제도시나 모두 이름과 묘한 인연같은게 느껴져요."

매형 김종성씨가 '스낵하우스'를 창업할 때부터 '국제경양식'과 함께 5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최동식 대표는 많은 단골들의 아쉬움과 격려를 받으며 송도로 옮겼다.

"스낵하우스 처음에는 샌드위치, 프라이드 치킨부터 시작했어요. 1년쯤 지나면서 돈까스와 스테이크가 추가됐지요. 당시에는 '칼질하러 가자'거나 '썰러 가자'며 월급이나 용돈을 탔을 때 특별한 분위기를 찾아 '경양식집' 또는 '레스토랑'에서 돈까스를 드셨지요. 근데 송도로 옮긴다고 하니까 손님들이 아쉬워하고 격려도 해주셨지요. 신용석 선생님은 인천일보에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맛보게 해준 구도심 명물이 사라지는 것 같아 몹시 아쉬웠다'고 칼럼까지 쓰셨어요."

하지만 최 대표는 송도로 옮긴 뒤에도 50년전 '미군부대 레시피'를 그대로 쓰며 한결같은 '맛'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스테이크는 오븐을 쓰지 않고 팬에 구워야 육즙이 살아있어요. 돈까스도 고기를 저며서 튀김옷을 입히는 옛날 방식대로 하고 있지요. 인테리어도 송도로 오면서 분위기를 화려하게 해보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단골들이 낯설어하면 안되겠다 싶어 72년 처음 오픈할 때처럼 국제경양식만의 색깔인 하얀색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50년 세월동안 인천시장이나 국회의원, 지역 유지 등은 물론 최근에는 유지태, 마동석 등 유명 연예인도 다녀갔지만 최 대표에게는 부산에서 오신 손님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신흥동에 있을 때 인천 출신의 며느리가 부산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왔는데 시어머니가 빵을 들고 한참을 보기만 하더니 한점 맛보고 저를 불러서 '빵을 직접 만드냐'고 묻는 거예요. '뭐가 잘못됐나요' 했더니 '그게 아니고 6.25때 먹었던 미군부대 빵과 모양도 맛도 똑같다며 당시 너무 고생을 하며 살 때 미군부대에서 빵이 흘러나오는 날에 식구들끼리 나눠 먹던 게 생각나서 그런다'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국제경양식 주방에는 최 대표와 30년이상 일해온 김승흠씨, 아들 최창영군이 함께 음식 준비를 하고 있다.
"체인점을 제안하는 분들이 많은데 모두 거절했어요. 왜냐면 국제경양식은 대를 물리는 업소가 되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어요. 다행히 아들이 재능대 조리학과를 나와 스스로 가운을 입고 주방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을 해서 대를 잇는 집으로 남게 된 게 고맙고 듬직하지요."

국제경양식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가 인천시민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30년 이상의 전통 맛집'으로 수익금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가게를 선정한 '전통착한맛집' 1호집이다. 칸막이 20석 포함 80석의 좌석이 있고 건물 지하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032-888-8525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50년전 방식 그대로'그 집'의 추천메뉴]

▲ 안심스테이크
▲ 안심스테이크

 

●안심스테이크
두툼하게 자른 안심의 육즙을 살리기 위해서 팬에서 직접 굽는다. 최 대표는 "원래 '스테이크(steak)'란 '고기를 팬에서 굽는다'는 뜻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집의 모든 음식에는 소스가 얹어서 나오는데 안심스테이크에는 양파, 당근, 피망, 적채 등 갖은 야채를 넣고 3시간 정도 푹 고운 우스타 소스에 케첩, 후추, 양념과 토마토 페이스트로 맛을 더한다. 야채와 양념의 배합비율은 '50년 손맛'이다.

▲ 함박스테이크
▲ 함박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
소의 목심, 사태, 양지를 갈아서 빵가루, 계란과 함께 버무리고 치댄다. 소금, 후추로 맛을 내는데 빵에 달걀, 설탕, 우유가 들어있어 고소하고 달콤하다. 고기 위에는 양파를 오랜시간 볶아서 만든 소스를 올린다. 고기가 워낙 부드러워 칼 대신 포크만 사용해도 뭉그러지면서 잘라지는 느낌이다. 고기를 한점 잘라 식전 빵에 샐러드와 함께 넣어 미니 햄버거를 만들어 먹으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 돈까스
▲ 돈까스

 

●돈까스
지금은 분식집에서도 흔하게 맛볼 수 있지만 한때 인천의 3대 경양식집이라 불리던 이집의 대표적인 메뉴. 왕돈까스는 아니지만 크기와 두께 모두 어느 정도 사이즈가 있는 편이다. 냉장 돼지의 등심 120g을 나비모양으로 포를 뜨듯이 저며서 숙성시킨 뒤 튀겨야 질기지 않다. 그래비 소스가 추가되는데 돈까스를 감싸고 있는 튀김옷에 소스가 스며들어서 촉촉한 느낌을 살려주는 게 포인트.

▲ 생선까스
▲ 생선까스

 

●생선까스
처음엔 국내산 대구살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수입 냉동 대구살을 쓴다. 국내산 대구가 워낙 귀하고 비싸기 때문이다. 두툼한 동태 4덩어리에 튀김옷을 얇게 입혀서 튀기면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튀김의 진수를 보여준다. 직접 만든 머스타드 소스를 지그재그로 뿌려서 보는 눈도 즐겁게 한다. 고기와 생선은 한번에 다 썰어놓은 뒤 먹거나 하나씩 썰어가며 먹거나 취향에 따라 다르다.

▲ 빵
▲ 빵

 

●스프·빵
모든 음식을 주문하면 나오는 스프 중 야채스프가 다른 집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으로 유명하다. 사골과 스지를 넣고 고아 낸 육수에 양배추, 감자, 당근, 양파, 샐러리를 넣고 푹 끓인 뒤 토마토 패이스트로 맛을 낸다. 고기의 풍미와 함께 야채의 단맛과 시원함으로 속이 풀리는 느낌이다. 직접 만든 빵은 닭가슴살처럼 결대로 찢어질 정도로 워낙 부드럽고 폭신하다. 온기가 느껴지는 빵에 버터나 사과잼을 듬뿍 발라서 먹어주면 입에서 녹듯이 넘어간다.
 

▲ 극단 아토의 이화정(오른쪽) 대표와 김유미 부대표가 연극과 예술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극단 아토의 이화정(오른쪽) 대표와 김유미 부대표가 연극과 예술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극단아토 이화정 대표·김유미 부대표가 찾은 '국제경양식']

"극단 이름인 '아토(Atto)'는 '극미한, 미세한'이란 뜻을 가진 접두사로 알고 있어요. 접두사가 다른 단어와 만나서 다양한 뜻을 나타내는 것처럼 극단 아토도 작지만 연극이나 예술교육을 통해 파생력을 만들어 보려는 의도를 담고 있어요."

이화정 극단 아토 대표와 김유미 예술교육 총괄 부대표가 50년 가까이 인천을 대표하는 돈까스 전문점으로 알려진 송도국제경양식에서 만났다. 인천 토박이인 이 대표는 인성여고를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한 연합뉴스 사진기자 출신이다.

"사진기자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에서 유명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연기자 공모를 봤어요. 연극이나 뮤지컬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는지 호기심에 오디션에 신청했는데 노래, 연기 등 심사를 거쳐 덜컥 뽑히게 된거에요. 2002년 겨울이었는데 사표를 내고 연습에 참여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블루 사이공'이란 뮤지컬 오디션에 통과돼 무대에 오르게 됐지요. 연극계에 첫 발을 디딘게 '지하철 1호선'이라면 데뷔작은 '블루 사이공'인 셈이죠. 또 8·15기념공연으로 '청년 장준하'란 공연에도 출연했는데 등 처음부터 좋은 작품을 만난 게 저로서는 행운이었죠."

이 대표는 뮤지컬로 시작해서 연극을 넘나들며 연기자로 활동하다 지난 2007년 고향인 인천의 극단인 '미르 레파토리'로 무대를 옮긴 뒤 2014년 극단 아토를 세워 배우부터 연출, 공연 기획, 극단 대표 등으로 변신을 거듭하게 된다.

"저는 사실 연기를 못하는 배우였던 것 같아요. 뮤지컬은 노래와 춤으로 부족한 연기력이 어느 정도 커버가 되지만 연극은 오로지 연기만으로 나타내야 하는데 한계를 느끼게 됐죠. 또 언젠가부터 작품 연습을 할 때 흔히 말하는 '캐릭터와 접신'보다 작품의 전체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개성이 강한 연기자들의 특성을 살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연출에 매력을 갖게 됐지요."

지난해 말 일제 강점기의 이야기를 다룬 '조병창' 공연을 마친 극단 아토는 고전명작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창작공연을 선보이고 인문학을 기초로 하는 예술교육으로 지역 예술계와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희 극단은 현실의 담론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하는 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작품을 통해 재미는 물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하고 싶어요. 창단 작품 '늙은 배우의 노래', 저의 첫 단독 연출 작품 '옹고집이야기'도 같은 맥락이지요."

이 대표는 극단을 만들 때부터 예술 교육을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 기존의 예술교육이 장르별로 연습해서 공연이나 전시와 같은 결과물에 매달리는 교육이 아닌 장르 구분없이 과정을 중시하는 통합예술교육을 지향한다.

"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이 이미 바뀌고 있어요.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예술 활동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느냐예요. 연극이든 음악이든 예술활동을 통해 즐겁게 놀면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나 주제를 스스로 찾아, 원하는 장르로 예술작품을 만들게 하는 거지요. 특히 교육이란 현시대보다 반발짝이라도 앞서가야 돼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미래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피아노를 전공한 김 부대표는 어린이, 청소년 교육 작품을 만들 때는 연출도 하고 극단에서는 음악감독도 하고, 컴퓨터 능력도 뛰어난 팔방미인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로써 예술교육에는 누구보다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요즘 지향하는 예술교육은 아이들이 예술가가 창작을 하면서 겪는 고민과 사유를 통해 완성된 예술품으로 만들고 전시, 발표를 해서 작품에 대한 관객의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중시하는데 인천에서 우리 극단이 앞장서보려 해요." 연극, 공연, 예술교육을 이야기하던 이 대표가 "제가 고등학생 때 사진 한답시고 카메라 메고 다니는 게 대견했나 봐요. 사진작가나 동호회 사람들이 맛있는거 사준다면 데려간 곳이 국제경양식이에요."

/글·사진 여승철·이아진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