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 청소년바둑실봉사단 김태민군
"같은 동네 '이웃사촌'…수업료라며 사탕 쥐어주시기도"
▲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 바둑실에서 청소년바둑봉사단 학생들이 바둑봉사를 펼치고 있다.

 

▲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 청소년바둑실봉사단 김태민군.
▲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 청소년바둑실봉사단 김태민군.

 


"바둑 자체는 기력에 따라 느끼는 재미가 달라요. 처음에는 이런 바둑이 좋아서 봉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중학교에서 처음 바둑봉사를 시작했다는 고등학교 1학년 김태민 학생은 어르신들과의 소통이 학교생활에 큰 활력이다. 바둑봉사는 태민군에게 입시 압박에서 벗어나 유일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이 됐다. 태민군은 "오히려 할아버지들의 군 시절 이야기부터 교과서에서 본 6·25전쟁 속 전우 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바둑실은 지역 어르신들의 유일한 휴식공간이다. 처음 이 공간에 학생들이 들어온다는 것을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청소년바둑실봉사단 운영은 이제는 바둑실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 됐다.

태민 군은 "알고 보니 어르신들이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사촌이더라. 지나가다 마주치면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고, 가족들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때로는 수업료라면서 손에 사탕이나 캐러멜, 초콜릿 등을 쥐어주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바둑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20명 정도. 인근 능곡중학교에서 학생 4명이 모여 만든 바둑동아리가 봉사단의 첫 시작이다. 동아리 학생의 부모 한 분이 복지관 바둑봉사를 추천해주면서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과 연을 맺게 됐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3층 바둑실을 방문해 청소는 물론, 어르신들과 대국을 하고, 복기도 한다. 그 속에서 담소를 나누는 등 자연스럽게 어르신들과 정을 쌓았다.

이들 청소년바둑봉사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 준비 중인 제1회 시흥능곡바둑봉사단 배 수담 교류전 때문이다. 지난해 태민군은 동아리 후배들의 봉사 참여율이 낮아지는 것을 고민하다 작게나마 바둑대회를 열어보기로 계획했다. 복지관에서 진행한 능곡동 시니어 바둑장기대회를 보로 동아리 차원에서 친목 도모를 위해 열 계획이었다.

태민군의 이 같은 아이디어는 지난 9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진행한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프로젝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7살에 71세 제자 양성기'라는 주제로 지역 우승은 물론, 전국 10위권 안에 들게 됐고, 온라인 기부함이 마련됐다. 이를 계기로 교류전 개최라는 계획이 구체화됐다. 현재까지 온라인을 통해 모아진 금액은 총 목표 금액 300만원 중 40만원 정도다. 연말까지 모아진 금액으로 내년 7~8월쯤 대회를 열 계획이다.

태민군의 꿈은 사회복지사다. 그는 "세대 격차가 커진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금 이 교류가 앞으로 세대 격차를 허무는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 서로 허물고 교류하는 것은 엄청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서로의 공통 관심사를 나누면서 어르신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관점을 바꾸는 일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점에서 세대 간 융합은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