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맛닭 찾은 최병관 사진가
"긴 기다림 배어든 작품, 기술로는 얻을 수 없죠"


"제가 사진을 시작한 이유는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에요. 고향인 소래에서 15대째 살고 있는데 어머니 45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7남매를 키우면서 고생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담아내고, 또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고향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잡았어요."

'DMZ 사진작가'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최병관 사진가가 토종닭을 직접 키워 요리한 영계백숙, 삼계탕으로 유명한 구월동의 '자연맛닭'을 찾았다. 사진이 오랜 시간 기다려야 맘에 드는 한 장면을 찍을 수 있는데 이집도 긴 시간을 걸려 토종닭을 키운다는 말을 듣고 자주 온다며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늦게, 32살 때 시작한 사진은 자연스레 어머니의 삶과 고향동네의 옛모습을 집중적으로 찍으면서 '향토사진작가'로 불리게 됐지요. 20~30년전에 찍은 갯벌이나 포구, 염전은 대부분 개발이 돼서 사라지고 없어요. 2002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상복을 벗어버리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하고 찍었어요."

'사진가 최병관'하면 독창적인 기법의 작품이 많다. 예를 들면 무색의 그림자를 녹색으로 나타내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포토샵으로 색보정을 한다느니 필터를 쓴 것이라는 의심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혼자서 공부해서 터득했기에 얻을 수 있는 작품이지요. 미친사람 소리를 들으며 끊임없이 실험하고 연구해서 나온 작품이니까 아무나 쉽게 흉내낼 수 없는거지요. 제가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이렇게 저만의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을거에요. 장비가 어마어마한 것도 아니고 카메라 딱 한 대 갖고 찍는거에요."

그는 원하는 순간, 찰나의 장면을 찍기 위해 길고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또 대학이나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면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서 자연과 부딪칠 때 생기는 빛깔을 사진가가 구도와 색을 만들어 나오는 거지요. 지금도 작품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면 새벽이나 한밤중, 눈이 오거나 비바람이 불어도 카메라 들고 나가요. 며칠전에도 강화에서 이틀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촬영했어요. 작업중에는 집중을 하니 힘든지 모르다가 다 끝나고 뒤돌아설 때 몸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체력이나 정신이 고갈되는 걸 느껴요. 한 장면을 남기기 위해 20년이 걸린 작품도 2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남들이 상상도 못하는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기념 전시회를 강릉에서 갖는 등 사진을 시작한지 35년동안 해외 6차례, 국내 37차례의 전시와, 사진집 25권, 에세이와 시집 6권 등 끊임없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91년 '내가 살아온 인천' 전시부터 조금씩 제 작품이 알려지게 됐고 95년 육군사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오래 머물고 싶은 화랑대'를 거쳐 97년 'DMZ 사진전'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요. 2004년에는 세계적인 사진갤러리인 일본 도쿄사진미술관에서 국내 사진작가로는 유일하게 전시를 하고 책도 냈어요. 다음해부터 하와이시립미술관에서 세차례 초청전을 가진 뒤 2010년 뉴욕 UN본부에서 'DMZ사진전'을 갖게 됐죠."

그에겐 부와 명예를 한번에 손에 쥘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일본 전시 때는 중국에서 '매니저 계약'을 제안했지만 사양했고 영국에서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부가 큰 돈을 들여 열자는 전시회도 계약 직전에 에이전트 불찰로 틀어졌다. '사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매그넘포토스' 시상 때는 본선까지 갔는데 자료 미비로 탈락했다. 하지만 그는 아쉬움보다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은 사실을 위안으로 삼으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포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떠오른 영감에 맞춘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할 때 부족함을 느끼고 아쉽지요. 만일 한 번 떠오른 영감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면 뇌리에 남아 있는 그 순간을 담을 때까지 포기하지 못해요. 죽는 순간에도 내 자신에게 만족하는 작품을 추구하는게 예술가지요. 오직 사진을 위해 사는 사람이란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요."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밤에는 자고 낮에는 놀고 '산타할배' 손에서 무럭무럭

윤기섭 '자연맛닭' 대표, 손자 '산타' 위해 토종닭 키우기 시작


남인천세무서 뒤편의 구월프라자 2층에 있는 직접 키운 토종닭으로 요리한 영계백숙과 옻닭, 닭볶음탕, 삼계탕 전문점 '자연맛닭'의 윤기섭 대표는 '산타할아버지'로 불린다. 손자의 태명이 '산타'이기 때문이다.

증권맨으로 25년을 근무한 뒤 1999년 IMF 직후 퇴직하고 건축회사, 토목회사를 차려 대전, 대구 등 전국을 상대로 하던 사업을 접고 토종닭을 키우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바로 '산타'에게 맛있고 건강한 닭을 먹이기 위해서다.

충남 서산시 지곡면 야산에 마침 손위 동서가 젖소 100여마리를 키우던 축사가 있어 그곳에 닭을 키우려 5년 전에 들어갔다. 토종닭은 여러 품종이 있는데 국립축산과학원이 복원한 재래닭인 '우리맛닭'을 선택했다.

'우리맛닭'은 우리 고유의 토종닭 특성을 살려 복원하기 위해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5년을 연구해서 일반닭에 비해 감칠맛 성분이 2배 높고 풍미성분도 35%가량 뛰어나고 콜라겐 성분도 10%가량 끌어올린게 특징이다.

윤 대표는 어렵게 복원된 '우리맛닭'을 약 한번 주지 않고 밤에 자고 낮에 야산에서 돌아다니게 놓아두며 자연스럽게 천천히 키운다. 일반닭이 22~25일만에 삼계탕 등에 쓰이는 성계(成鷄)로 크지만 윤 대표가 서산농장에서 키우는 '우리맛닭'은 65~80일 동안 자라도록 기다린다. 이렇게 정성들여 키운 닭은 운동을 하며 성장해서 닭껍질이 얇아 지방이 적으며 끓였을 때 특유의 구수한 국물맛이 일품이고 육질도 쫄깃하다.

윤 대표는 제대로 키운 '우리맛닭'의 참맛을 알리기 위해 2년 전 '자연맛닭'을 개업했다. 맛은 있는데 덩치가 작고 성장기간이 길어 사료비 등 제반비용이 많이 들지만 직접 키우기 때문에 원재료인 닭값을 따지지 않아도 되고 최고의 맛을 내는 게 가능하다.

"다른 백숙 집들은 '우리맛닭'을 양계장이나 도매상에서 받아서는 타산이 맞지 않아요. 그래서 25일 만에 성계로 자란 닭들을 쓰지요. 우리는 성계 한마리로 하는 백숙이나 옻닭, 닭볶음탕을 영계 두마리로 쓰고 있어요."

'자연맛닭'은 지난해 9월 개업 1년도 안됐는데 tvN 수요미식회 '백숙'편에 소개됐다.

"촬영 뒤 물어보니 작가나 추천단에서 먼저 다섯번 다녀갔다고 하더라고요. 1년도 안된 집을 소개한 것도 처음이라며 '방사한 티가 나게 닭이 늘씬해서 기름기가 적고 경주마처럼 살코기의 탄력있는 식감이 좋았다'거나 '우리맛닭은 진한 육향과 감칠맛이 나서 국물용으로 최고'라고 평가했지요."

모두 입식 테이블이며 매장 한켠에는 단체 손님을 위한 칸막이가 있어 회식이나 모임에도 좋다. 상가 건물 지하에 주차장이 있다. 032-465-9979


닭 본연의 맛으로 승부하는 '그 집'의 추천메뉴

 

●영계백숙·옻닭·닭볶음탕

영계백숙은 '자연맛닭'의 대표음식이다. 이집의 '닭육수'는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다른 집과 차별화된 방식을 많이 쓴다. 도계과정부터 다르다. 대부분 닭의 목을 짧게 남겨 잡는데 이집은 닭의 목을 길게 남겨달라고 미리 말해둔다. 닭의 제일 맛있는 부위가 목이기 때문이다. 또 구수한 맛을 내기위해 닭의 앞가슴에 있는 지방부위와 함께 닭발을 넣어 삶는다. 특히 닭국물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 약재는 거의 쓰지 않고 황기만 조금 넣는다. 여기에 무, 양파, 마늘을 넣어 푹 고아낸 닭육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닭볶음탕은 이집에서 유일하게 양념을 쓴 음식이다. 기본적으로 영계 두 마리에 감자와 대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고추와 깻잎을 더한다. 적당히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이 밴 닭다리를 뜯어 먹으면 쫄깃한 육질에 구수하고 감칠맛까지 입안에 감돈다. 양념에 찹쌀밥을 비벼 먹거나 볶음밥으로 먹으면 모든 것을 다가진 듯한 포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옻닭도 이집에서만 제대로된 옻물의 효능을 볼 수 있다. 옻이 간기능 개선과 해독작용 등의 몸에 좋지만 '옻을 탄다'는 부작용 때문에 대부분의 다른 집들은 옻나무 특유의 성분을 뺀 옻물을 사용하는데 이집은 참옻나무를 공급받아 10시간 이상 직접 우려낸다. 두툼한 참옻나무 가지를 나무젓가락 굵기로 얇게 쪼개 압력밥솥에 2시간넘게 졸이면 국물이 반으로 주는데 다시 물을 가득 채워서 또 끓이고 이렇게 다섯차례 반복해서 끓인다. 이런 방식으로 옻의 효능은 살린 옻물을 영계와 함께 삶아낸 옻닭은 몸보신에 그만이다.

 

●삼계탕·닭모래집볶음

이집 삼계탕의 닭 뱃속에는 다른 집에서 흔히 보는 찹쌀과 들깨, 밤, 대추나 수삼뿌리 등 약재를 넣지 않는다. 방사로 키운 토종닭들이 야산에서 운동을 하면 닭껍질이 얇아져서 기름기가 별로 없는 진한 육수를 지키고 영계의 육질을 살리기 위해서다.

뚝배기에 영계 한 마리와 밤, 대추, 수삼만 넣고 끓이고 찰밥은 따로 공기밥으로 내놓아 국물에 말아 먹을 수 있다. 담백하면서 진한 국물과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영계의 살코기 때문에 수요미식회 '백숙'편에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등 출연자들이 "기존에 먹던 백숙, 삼계탕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라거나 "이 집 닭을 먹으면 다른 집 닭은 못먹게 된다" 또는 "닭 자체의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쌀쌀해진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백숙이나 삼계탕 한그릇이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닭모래집볶음은 이 집의 별식이다. 닭모래집에 마늘과 고추를 넣어 볶는데 짜거나 맵지않아 아이들도 즐겨 찾는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