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운영자들 "색다른 메뉴, 끈기와 정성 … '한 편의 공연'같은 맛"

▲ '작은 극장 돌체' 박상숙 대표(사진 오른쪽)와 '문학시어터' 현어진 극장장이 문학동 석산민물매운탕에서 만나 소극장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극장에서는 배우가 숨을 멈추면 관객들도 숨을 멈추고, 배우가 호흡을 풀면 관객들도 그제서야 비로소 숨을 쉬는 것처럼 대형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무대와 객석이 직접 느낌을 나눌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120석 규모의 '작은 극장 돌체' 박상숙 대표와 150석의 '문학시어터' 현어진 극장장이 파김치장어로 유명한 문학동 '석산민물매운탕'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1979년 신포동의 '돌체소극장' 시절부터 지금의 '작은극장 돌체'까지 강산이 세 번 바뀐 30년을 훌쩍 넘겨 '돌체'처럼 달콤하지않지만 당당하게 소극장을 지켜오고 있다.

"소극장 운영은 종합예술이에요. 공연이라는 상품을 팔아야 하고, 관객도 모아야 하고, 출연진이나 연출자 등을 섭외해야 하고, 티켓부터 주차 관리는 물론, 팸플릿 등 홍보물 제작까지 모두 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지요. 하지만 소극장 관객들은 대규모 극장처럼 공연만 보고 가는게 아니라 공연의 아쉬운점이나 좋은점을 바로 얘기해주세요."

현 극장장은 20여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공연기획사에 들어간 뒤 심수봉, 이승철, 자우림, 윤도현, 김광석 다시 부르기 등 대형 콘서트의 전국 투어와 해외 투어 등을 담당했던 기획사 대표에서 지난해 6월 소극장 극장장으로 느닷없이 변신한 지 1년이 지났다.

"인천은 록음악이나 재즈의 뿌리가 깊은 곳이라 도전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소극장은 솜씨 좋은 맛집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특화된 음식이 있는 맛집처럼 독특한 콘텐츠로 공연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죠. 음식점을 찾는 손님이나 공연장에 오는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 등 소극장과 맛집은 비슷한 면이 너무 많아요."

박 대표는 '시민참여 연극'을 11년째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계속 이어갈 수 있으려나 걱정이 앞섰지만 돌체가 시작한 뒤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곳곳의 소극장, 연극단체, 구청 문화원 등에 유행처럼 번졌다.

"20~30대는 젊은 시절에 추억을 만들어 보겠다, 50~60대는 더 늦기전에 해봐야겠다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걸 보고 되겠구나 했지요. 하지만 아무나 참여시키는게 아니라 돌체 후원회원이면서 소공연장을 한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해요. 또 작품을 정한 뒤 참여자를 모집하는 게 아니라 하겠다는 사람을 모아 발성이나 연기 등을 보고 맞는 작품을 선정해요. 물론 연출, 조명, 음향 등 전문적인 분야는 프로들이 도와주죠."

'탄생에서 죽음까지' 마임으로 표현한 인도의 바디랭귀지 아티스트 아쇼 책커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박 대표는 1995년 시작한 '국제 클라운마임 축제'에 다녀간 70여개국의 마임이스트들이 성지로 여기는 돌체에서 '마임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

현 극장장은 문학시어터라는 좋은 공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연장에 맞는 맞춤형 공연을 찾으려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대학로를 기웃거리고 있다. 이날 처음 인사한 두 사람은 금세 친해져 언니, 동생처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은 공연이었다.

"문학경기장 주변이 문화예술회관을 비롯, 돌체, 문학시어터, 무형문화재전수관, 학전소극장 등 가까운 거리에 하나의 벨트처럼 모여있는 곳이지요. 각각의 소극장에서 할 수 있는 공연의 출연진들이 함께 모여 문학경기장에서 페스티벌을 열고, 다시 흩어져 일정기간 공연을 하면 관객들도 취향에 따라 골라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시너지 효과도 날 수 있을거에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마왕'이라 불리는 가수 고(故)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얘기가 나왔다.

쉽지 않은 여건이라 버겁지만 '공연만 좋으면 관객은 모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에 품은채 소극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두 사람은 파도 아래 깊디 깊은 곳에 닿으려는 '마왕'의 민물장어처럼 예술이 초라해지지 않는 사회, 예술하는 사람들이 본분을 지킬 수 있는 사회와 예술이 기호품이 아닌 생필품이 되는 날을 꿈꾸며 그 꿈을 이뤄가고 있는게 아닐까.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오묘한 조합의 마력 … '그 집'의 추천 메뉴는


●파김치장어

 


파김치장어는 초벌구이한 민물장어, 시큼하게 적당히 익은 파김치, 싱싱한 부추가 서로 오묘한 조합으로 처음 먹어본 사람들마다 '희한한 맛'이라며 놀라는 환상적인 맛을 준다.

무더운 여름철 원기회복과 기력충전을 위한 대표적인 영양보양식인 민물장어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로리가 높지만 불포화지방산이어서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이나 황사해독에 뛰어난 효능이 있는 스태미너 음식이다.

파김치장어의 맛을 높여주는 비법은 바로 특제소스에 있다. 두 단계를 거쳐 완성하는데 처음에는 장어의 뼈와 머리를 파뿌리, 양파 등과 함께 5~6시간동안 푹 고아 낸 뒤 촘촘한 체로 재료를 걸러 맑은 육수를 낸다. 다음에는 육수에 넣는 양념장을 만드는데 파김치가 시큼하기 때문에 식초도 넣지 않는 것처럼 인공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 양념의 기본재료는 똑같지만 독특한 맛을 내는 비법은 30년이 넘은 깊은 손맛에서 나온다.

손님 상에 내놓을 때는 탕도 아니고 볶음도 아니게 자박자박하게 졸인다. 파김치장어는 고추냉이가 발라진 김에 장어 한점과 파김치, 부추 등을 얹고 취향에 따라 초생강과 마늘절임, 젓갈, 배추절임을 더해 싸서 한 입 넣으면 씹을 때마다 맛이 바뀐다. 양념장에 밥을 볶아 장어와 함께 먹으면 배까지 두둑해진다.

●민물매운탕

 

 


민물매운탕은 메기매운탕과 메기·빠가사리섞어탕 두 종류인데 빠가사리는 자연산을 쓴다. 매운탕은 주재료인 메기나 빠가사리를 넣고 푹 끓인 뒤 각종 야채를 푸짐하게 올린 뒤 손님상에 내놓는다.

매운탕 역시 얼큰하지만 뒤끝이 깔끔하고 맑은 육수가 맛을 좌우하는데 다시마, 멸치, 새우 등 여러 가지 재료에 고춧가루, 된장, 고추장, 국간장 등으로 간을 맞추고 다진마늘에 무, 고추, 양파, 대파, 깻잎, 미나리, 쑥갓, 팽이버섯 등 갖은 야채가 숨이 죽을 때 먹기 시작하면 된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맛도 없고 육질이 부들부들해서 어린이나 어르신도 살을 발라 먹기 편하다. 보통 숨죽은 야채를 먼저 건져먹고 고기를 먹는데 고기를 한점 발라 숟가락에 국물과 함께 떠서 야채를 얹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다. 육수는 밥을 말거나 볶아 먹으면 별미를 느낄 수 있다.



단골 때문에 망한 집, 단골 때문에 흥했다?
보증 서줬다 '빨간딱지' … 신메뉴 제안받고 3년만에 재기

 

 


'파김치장어'라는 독특한 음식으로 인천의 맛집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맛을 선사한 '석산민물매운탕'은 단골 때문에 울고 단골 때문에 웃는다.

"88년에 인천에 와서 당시 간석동 희망백화점 건너편에서 민물매운탕 집을 하고 있었어요. 10여년동안 손님이 30분씩 기다려야 드실 수 있을정도로 잘되고 있었죠. 근데 하루가 멀다하고 오던 단골손님 보증을 서준게 잘못됐어요. 가게에 '가압류 딱지'가 붙고 경매얘기도 들리니 손님은 떨어지고 쫄딱 망한 가게가 쳐다보기도 싫어 2000년에 정리했어요."

하지만 선태형 대표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넘기고 3년만에 문학초등학교 정문 건너편 지금의 자리에 다시 가게를 열 수 있었던 것도 단골 덕분이었다.

"매운탕 할 때 자주오던 손님이 '어느 시골도시에서 파김치장어를 먹었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으니 해보라'는 거예요. 살짝 가서 맛보니 '되겠다' 싶어서 만들기 시작했죠. 1년 반동안 이렇게저렇게 해보며 제대로 된 맛을 찾아갔어요. 먹어본 장어가 100마리는 될걸요."

전남 보성이 고향인 선 대표는 원래 인천으로 오기 전까지는 수원에서 중국집을 했는데 바로 옆에 원조 '석산민물매운탕' 집이 있었고 그 집 주인과는 친구처럼 지냈다. 그런데 부인 백숙 여사가 몸이 아프게되자 중국집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중국집이 배달도 있고 일이 많아요. 집사람이 아파서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매운탕을 해보라며 가르쳐줬어요. 그때 인천에는 민물매운탕 집이 없었어요. 그렇게 가게 이름도 그대로 쓰며 시작한 민물매운탕은 아마 우리가 처음일거에요. 파김치장어도 지금은 곳곳에서 많이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전국에 세군데 밖에 없었어요."

석산민물매운탕은 현재 '파김치장어'와 메기, 빠가사리 등 민물매운탕만 하고 있다. 전에는 추어탕에 추어튀김, 민물해장국도 했지만 메뉴를 단촐하게 줄였다.

선 대표는 장어 등 원재료가 되는 민물고기는 국내산만 쓰고 원산지 표시판은 수족관에 큼지막하게 걸어놓았다. 처음에는 자연산만 썼는데 지금은 너무 귀하고 값도 비싸 쓸 수 없지만 원산지만이라도 밝히는게 음식점 주인으로써 양심을 지키는 일이고 손님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골들의 두터운 사랑과 관심을 맛과 영양으로 보답하고 있는 선 대표는 가족이 먹는 밥상을 차린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내놓는다.

이 집은 가족 외식은 물론 단체 모임도 거뜬하게 치러낼 정도로 좌석식 테이블 사이가 널찍하고 넉넉하다. 032-435-1550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