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된장, 해월청국장

전통의 맛과 향이 있는 된장요리 전문점 해월토장의 '밥도둑 투톱'은 바로 된장과 청국장이다. 20년 전 개업할 때부터 넉넉한 양으로 담근 된장이 세월과 함께 한 발효와 숙성으로 깊은 내공의 맛을 느낄 수 있다.
15년 묵은 된장은 검은 빛깔을 띠는데 상한 게 아니라 '갈변'현상 때문이다. 된장은 담그는 것 못지않게 관리도 중요한데 응달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해야 3년쯤 지나면서 덜 익은 황금색에서 식욕을 가장 자극하는 어두운 노란색을 거쳐 갈색으로 변하며 점점 깊어지는 '기다림이 깃든 맛'을 만나게 된다.

청국장은 강원도 콩을 직접 삶아 메주를 만들고 띄워서 특유의 역한 냄새를 없앴다. 한 번 맛을 붙이면 고향의 향긋한 내음으로 느껴지는 독특하고 구수한 맛은 2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먹기 좋게 썰어 나오는 부추와 함께 비벼 먹는 된장과 청국장 모두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과 항암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어르신은 물론 가족 또는 모임 회식에 좋은 건강식이다.


●된장수육

해월토장의 인기메뉴는 된장수육이다. 마늘, 생강, 다시마, 통후추, 양파, 배추 등과 함께 일반 가정집 10배 이상의 된장을 듬뿍 넣어 가마솥에서 푹 삶는다. 기름을 걷어내고 다시 뜸을 들인 뒤 해월토장만의 비법으로 2차 가공을 한 다음 누런 된장빛깔의 수육을 상에 내놓는다. 돼지고기의 기름기와 누린내를 확실하게 잡아 뒷맛이 구수하다. 상추나 배추에 새우젓 살짝 찍은 된장수육 한 점과 채장아찌를 올려 한 입 베어물면 입안이 행복해진다.


●된장전골, 된장황태찜, 된장해물전

된장전골은 새우, 낙지, 조개 등 해물과 각종 야채와 두부를 넣고 재래식으로 띄운 구수한 된장 육수를 넣어 끓인다. 된장황태찜은 된장을 밑간으로 양념장을 황태에 발라 푹 찐 뒤 뜸 들일 때 콩나물, 미나리 등 야채를 넣는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쫄깃해서 밥 반찬은 물론 술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된장해물전은 오징어, 조개 등의 해물과 함께 파, 양파, 당근 등 각종 야채를 넣고 된장과 함께 반죽을 한 뒤 노릇노릇하게 부쳐내 아이들도 잘 먹는다.

 


"케첩·마요네즈 취급 마라" … 딸내미의 '해월'예찬


"친정엄마 이름이 '해월'이에요. 처음부터 엄마가 직접 담그신 된장을 사용했고 '해월'이라면 뭔가 토속적인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상표등록을 하려다 보니 엄마 이름을 따서 '해월토장'이라 했지요."

인천 구월아시아드선수촌 5단지아파트에서 호구포로를 따라 모래내시장 쪽으로 가다보면 작은구월사거리 못미처 길가 오른쪽에 된장요리 전문점 '해월토장'. 최미영 해월토장 대표는 사실 평범한 미술 선생님이었다고 했다.

"98년도에 잘나가던 남편의 공업사가 IMF 된서리에 쫄딱 망했어요. 받을 어음은 부도가 나서 못받게 됐지만 빌린 돈을 갚기위해 이것저것 정리하고 보니 지금의 가게 건물만 남게 됐지요. 막막하던 차에 평소 맛있게 먹던 친정엄마의 된장으로 음식점을 해보자하며 남편 사무실 한켠을 막아 시작한게 지금의 해월토장이에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최 대표는 그렇게 된장요리 전문점을 시작했다. 특별한 영업 비법이랄 것도 없이 몸에 좋은 된장을 직접 담궈 맛있는 음식으로 상차림을 했고, 무엇보다 오는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개업 2~3년만에 손님이 몰려 남편의 사무실을 아예 다 터서 쓰게 됐다.

개업초에는 영종도에서 충청도 콩으로 담근 된장을 썼는데 10년 전부터 강원도의 흔히 말하는 '인제 원통' 지역 서흥마을에서 된장을 담그고 있다. 이 지역은 일조량이 짧고 저녁에는 쌀쌀하다 느껴질만큼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병충해가 없어서 콩에 농약을 거의 쓰지 않는다. 서흥마을에는 100㎏짜리 된장항아리가 200여개가 있고 해월토장 뒷마당에 40여개가 있다.

최 대표는 된장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 가게 벽면마다 해월토장의 된장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된장의 효능', '된장의 오덕(五德) 이야기', '청국장의 기적' 등 된장예찬이 눈길을 끈다.

"된장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슈퍼에 있는 케첩이나 마요네즈 정도로 대하는 걸 보면 너무 속상해요."

몇 년 전부터 해월토장은 일본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한국의 묵은 된장이 몸에 좋다며 음식을 맛보고, 통에 담긴 판매용 된장을 사가거나 국제 택배로 보내 달라는 요청도 한다.

"장사 시작한지 20년이 넘으니까 오랜 단골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고맙고 감사하죠. 외국에 이민 간 분들이 한국에 오게되면 꼭 들러서 된장을 찾으세요. 그분들께는 된장을 챙겨드리죠. 가진 게 된장밖에 없으니까요."

된장수육, 된장전골, 된장황태찜, 된장해물전 등 된장요리에 청국장, 된장비빔밥, 된장국밥 외에 여러 가지 음식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해월상차림도 있고 미리 주문하면 도시락 포장도 가능하다. 2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자체 주차장도 있어서 편리하다. 032-467-6221


해월토장서 만난 인천시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장·연구위원

▲ 인천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이혜경(오른쪽) 센터장과 윤희숙 연구위원이 구월동의 된장요리전문점 '해월토장"에서 만났다.

 

"마을이란 한마디로 얘기하면 관계망이에요. 물리적 행정구역이 아닌, 사회적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곳이죠. 너와 내가 서로 알면서 '우리'라는 인식이 있고 '무언가 같이 해볼까'하는 꿈도 함께 가져보는 공동체에요. 그래서 사람이 있는 마을은 항상 숨을 쉬고 있어요."

'마을'이라는 말이 시골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하니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된장요리 전문점 '해월토장'에 모인 이혜경 인천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과 윤희숙 연구지원팀 연구위원은 "도시 안에도 마을이 있고 아파트에도 마을이 있어요. 물론 인천에는 원도심이나 도서지역에 있는 마을에도 사람들의 관계망은 있는 거죠"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뭔가 알아듣지 못한 표정이 보였는지 윤 위원이 한마디 덧붙였다.

"마을이란 쉽게 생각하면 '마실 다니기 편한 범위'라고 보면 돼요. 마실을 가려면 편한 복장에 슬리퍼 신고 걸어다닐만한 거리지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런얘기 저런얘기 하다 '우리 마을이 어린이들의 안전에 취약하니 해결방법을 찾아보자'해서 뭔가 해내는 그런 곳이라고 보면 돼요."

인천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지난 2013년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맞춤형주민교육과 학습을 중심으로 교류협력사업, 연구조사사업 등을 수행하고 마을상담소 운영, 마을컨설팅, 마을활동가양성과정 교육, 공모사업 설명회 및 교육, 마을공동체 모델 개발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조금씩 지원센터의 틀을 갖춰 작년에 인천시에서 지역공동체과를 신설하고 8개 관련기관이 모여 행정협의체가 구성이 되는 등 기본 토대는 구축이 됐어요."

첫해 14개 지역공동체로 시작한 마을공동체는 현재 500개가 넘게 만들어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마을 네트워크가 계속 확장할 수 있었던 건 공모사업 덕분이었죠. 마을이 하고 싶은 사업을 문턱이 없는 공모사업을 통해 참여하면 지원센터가 발굴하고 모니터링을 해서 잘하고 있는지, 고민은 없는지 지켜보고 공동체성이 부족하다 싶으면 교육을 하기도 하고 심층적인 방법이 필요하면 컨설팅도 해서 마을이 더 단단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원센터는 올해 강화나 섬 지역과 인천 시내에 있는 도시지역을 순환, 교류하는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강화 석모도의 구란마을 농악을 명맥이 끊긴지 30년만에 복원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마을공동체만들기 사무장을 하는 고창기 선생님이 손글씨로 쓴 제안서를 가지고 오셨는데 '석모도에 다리가 놓여지면 사람들이 많이 올텐데 마을에 철쭉꽃을 심어 보여주고 싶지만 사람이 없다'는 내용이었어요. 뭔가 스토리가 있는 것 같아서 면접을 통해 들어보고 마을에 가보니 구란농악과 함께 평야지대라 쌀이 풍부해 항상 막걸리를 빚어왔던 구란농주, 조선시대 종묘 바닥에 깔았던 얇고 넓적한 돌인 '박석'이 이곳에서 가져간 것인데 마을 산에 널려있는 거에요. 그렇게 '농악', '농주, '박석' 3가지 키워드로 구란마을의 특색을 살리는 스토리와 함께 마을의 경관조성이나 소득 창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이 센터장은 마을공동체의 원동력은 마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치면 '실핏줄'같은 주민들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모여 이웃이 되고 이웃끼리 마을을 만들고, 마을과 마을을 잇고 마을이 어려운 일에 부딪쳤을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는 곳이 지원센터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주민과 마을을 만났고 마을과 만날 때 마다 주민들이 틀림없이 주는 울림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마을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에요. 원도심 주민들과 만났을 때 더 깊이 와닿는 말은 '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에요."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풀어주고 이어주는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나 직접 만든 구수한 된장으로 몸에 좋은 음식을 나누는 해월토장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