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청국장 쓱쓱 비벼 한 입 … 서로 '배려'하는 웰빙의 참 맛"
▲ 인천시청 앞 '명동보리밥'에 모인 여성활동가들(왼쪽부터 권미정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김효정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업팀장, 김성아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

"보통 활동가들은 사회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보려는 시대적인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해요. 대부분 시민단체나 NGO에 소속을 두고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의제설정이나 기획, 실행까지 보편적인 지식과 함께 전문성도 필요하게 되면서 이론과 실천력을 두루 갖춘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인천에서 나름의 영역에서 누구 못지않게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여성활동가들인 권미정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김효정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업팀장, 김성아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이 보리밥정식으로 유명한 인천시청 앞에 있는 '명동보리밥'에서 모였다.

"예전에는 시민단체나 주민들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1인시위나 피켓시위, 집단행동 등을 주로 사용했지요. 공공기관의 관계자들이 현안 당사자들을 잘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시민의식이 성숙하면서 몇 년전부터는 대화의 장이 자주 열려 소통이 되고 공문을 통해서도 협의가 가능해졌어요. 그런면에서 공직자들의 의식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고있는게 느껴져요. 물론 미흡한 부분도 있고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못미치지만요."

김성아 사무국장이 활동가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권미정 사무국장이 요즘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게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에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엊그제 정부에서 발표한 개헌안에 국민에서 사람으로 표현이 바뀌었듯이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은 모두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태어나서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곳,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온 사람들도 권리가 있지요. 반대로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서 인천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이주해서 살게 될 수도 있는거잖아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은 거였는데 우리 협의회에서 얼마전에 '포용사회위원회'를 구성했어요. 행정이 갖고 있던 많은 권한들을 여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옮겨서 차별을 방지하고 보편적 인권을 찾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려고요."

권 국장의 권리, 권한, 차별 방지 등을 유심히 듣고 있던 김효정 팀장이 인천뿐만 아니라 모든 도시에 있는 청년들에 대한 문제도 중요한 해결과제라며 이어 받았다.

"그동안 주요도시 가운데 인천에만 청년조례가 없었어요. 그래서 인천사랑협의회에서 4년동안 시의회라든가 시정부 관계자, 각계 전문가 등과 수많은 토론과 회의를 거쳐 최근에 '청년기본조례'를 만들었어요. 제가 청년들을 만나보니까 시에 많은 정책들이 있지만 실제 청년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더라구요. 특히 학교에서 공부는 많이 하지만 취업을 하는 것 외에 사회를 알아가는 방법을 모르더라구요. 청년조례는 이 친구들에게 사회 참여 방법과 폭을 넓혀주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데서 1년 정도 일하며 사회를 알아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시 조직에 담당자를 두기로 하고 청년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어요."

눈감고 뇌를 쉬는 시간외에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토론하며 바쁘게 일을 하지만 초기에 활동하던 분들이 나중에는 대표가 되고 지금은 지역 어르신들로 남아 각자 속한 단체에 후원자로 지원해주시며 끈끈하게 이어져 힘이 되어주는게 좋다는 이들 여성활동가들은 명동보리밥에 얽힌 사연들로 입을 모았다.

"명동보리밥이 나물을 직접 재배해서 내놓는 집이라 맛이 있는건 오래전부터 유명한데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예전에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 영흥화력발전소 설립 반대운동 등 현안을 다투며 시와 대립관계에 있을 때 이집이 가까우니까 언제든지 뛰어나갈 수 있어서 매일 이집에서 모여 대책회의 하고 그랬대요. 또 이집 전 사장이 시민단체 모임에 많은 도움도 주셨구요. 맛이라는게 음식 본연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맛도 진짜 맛이잖아요. 우리 같은 활동가들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뭔가 일을 해야 하는데 이집의 보리밥정식처럼 보리밥에 온갖 나물을 비비고 청국장이나 콩비지같은 국물도 함께 먹는게 우리 일하고 비슷한거 같아요."




'그 집'의 추천 메뉴는 …


●보리밥정식

보리밥정식은 오늘의 명동보리밥이 있게한 원조음식이다. 보리밥에 제철 나물무침 5종세트부터 같이 넣어 비빌 수 있게 잘게 다듬어져 나오는 생채소, 발효식품으로 최고인 청국장, 몸에 좋은 단백질이 가득한 콩비지와 함께 무생채, 된장에 무친 풋고추, 배추겉절이와 김치,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 야채전, 각종 쌈에 구수한 숭늉까지 푸짐한 한상 차림은 보기만해도 배가 든든해서 30년동안 고객들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져온 웰빙음식이다.

넉넉하게 나오는 보리밥을 푹퍼서 각종 나물과 함께 이집의 오랜 노하우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양념장에 참기름을 한두방울 떨어뜨려 슥슥비벼 한숟가락 입에 넣은 뒤 구수한 청국장이나 담백한 콩비지를 떠먹으면 없던 입맛도 되살아난다. 취향에 따라 청국장 또는 콩비지로 비벼 먹거나 세가지를 따로 비빈 맛을 차례로 볼 수도 있다.

모든 재료가 짜지 않고 신선해 아이들에게 좋고 소화 부담도 적어 어르신들에게 건강식으로 대접하기에 딱좋은 진수성찬이다.

●해물파전, 장떡

 


해물파전은 쪽파에 오징어, 새우, 홍합 등의 해산물을 밀가루 반죽과 함께 부쳐내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명동보리밥의 해물파전은 모든 재료를 푸짐하게 넣어 보기에 놀랄 정도로 두툼하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부쳐내는게 비법이다. 제법 큰 새우를 통째로 넣고 오징어를 큼직하게 썰어 식감이 남다르다.

장떡은 찹쌀가루에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반죽하여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지져내는데 뜨거울 때보다 약간 식어서 쫀득쫀득할 때 제 맛이 나며 옛날에는 먼 길을 떠날 때 비상식량으로 요긴하게 이용했다.

●명동보쌈

 

 


명동보리밥의 또하나의 별미가 바로 일등급 생삼겹만을 엄선해서 내는 명동보쌈이다. 보쌈의 생명은 보쌈무채인데 이집은 갖은 양념을 아낌없이 듬뿍 넣어 맛을 살렸지만 짜지 않다. 좋은 재료를 쓰지만 10가지 재료로 만든 육수에 1시간 정도 푹 삶아내는 나름의 비법으로 돼지고기 냄새와 기름기가 없이 담백하다. 잘절여진 배춧잎에 고기와 무채를 싸서 먹으면 환상의 맛이다. 명동보쌈의 업그레이드 메뉴인 명동보쌈스페셜은 훈제오리와 생굴, 홍어가 추가되며 명동계절스페셜은 싱싱한 회도 맛볼 수 있다.



30년 지켜온 고유의 맛 … 30명 직원까지 그대로


인천시청 앞 인천YMCA 맞은편 건물 2, 3층에 있는 명동보리밥은 1987년 인천 간석동에서 '명동집'이란 상호의 20평 남짓한 매장으로 보리밥집을 시작한 뒤 입소문이 나자 1995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여 '명동보리밥'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고객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30년 넘게 영업을 해오는 동안 매일 신선한 채소와 까다롭게 엄선된 재료만을 고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요즘같이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에 웰빙 반찬으로 차려진 든든한 보리밥정식 한 끼면 늘어지는 피로까지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곳이다.

명동보리밥 고유의 노하우로 찰지고 쫀득하게 지어낸 보리밥이 커다란 그릇에 듬뿍 담겨 나오고 돼지등뼈를 푹 고아낸 육수에 100% 국산콩만 갈아 넣은 콩비지, 재래식 된장으로 6시간 동안 가마솥에 삶아낸 뒤 2박 3일 동안 숙성시켜 끓여낸 청국장, 계절에 맞는 푸른 야채들이 어우러져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맛을 자랑하며 손님들의 입맛을 끌고 있다.

이전할 당시 2층에서만 보리밥정식, 보쌈, 해물파전, 장떡 등의 메뉴로 영업을 하다가 손님이 몰리자 3층을 인수, 확장하면서 신선한 각종 회와 생삼겹살도 취급하고 있다.

명동보리밥은 가족들이 건강한 한끼를 먹고 싶을 때나 모임, 회식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2층은 정문 계단을 사이에 두고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진다. 전부 좌식 테이블로 사이사이에 칸막이가 있어 30~40명의 단체 손님도 받을 수 있다.

3층은 룸 형태로 대부분 좌식이나 첫 번째 방은 의자가 있는 식탁으로 좌식이 불편하거나 익숙치 않는 손님들을 배려했다. 2~3층 모두 합치면 테이블이 100석이 넘는다.

지난 2016년 10월 명동보리밥을 인수한 신주용 대표는 이 집을 창업하고 30년 동안 이끌어 오던 박숙희 전 대표의 음식 조리비법을 그대로 물려받고 30명에 달하는 직원도 모두 고용승계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광고회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신 대표는 인수하자마자 피자, 치킨집 등 외식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배달을 시작했는데 하루 100건 안팎의 배달 주문이 몰리고 있다.

모든 메뉴는 포장 및 배달이 가능하고 주꾸미볶음과 제육볶음 등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다음달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건물 뒤편에 다른 건물들과 함께 사용하는 주차장이 있으며 주차권을 발급받으면 2시간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점심, 저녁 시간 때는 혼잡하다. 032-435-3392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